예화랑 '緣:이어지다'전…주미공사관 강진희 작품·책·사진 최초 공개
조선인 최초로 그린 미국 풍경 '화차분별도' 일반에 첫 전시
조선인으로서 처음으로 미국에서 직접 풍경화를 그린 청운 강진희(1851∼1919)의 작품과 책, 사진이 최초로 일반에 공개된다.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있는 예화랑이 한미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개최하는 전시 '緣:이어지다'는 강진희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1888년 대한제국공사관으로 미국 땅을 밟은 강진희는 공관원 가운데 유일한 서화가이자 미국 풍경을 최초로 그린 조선인으로 역사에 기록된다.

강진희가 미국 워싱턴DC 인근에서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 등을 문인화 풍으로 그린 '화차분별도(火車分別圖)'는 한미수교 101주년 즈음인 1981년 5월 21일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소개된 바 있지만, 지금까지 원본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다.

2019년 8월 워싱턴DC의 주미대한제국공사관에서 열린 '주미대한제국공사관 역사자료 특별전'에서도 화차분별도는 원본이 아닌 복사본으로 공개됐다.

간송미술관이 소장 중인 이 작품은 가로 34㎝, 세로 28㎝의 크기로 두 철길을 달리는 기차 두 대와 서양식 5층 건물 등이 수묵화로 그려져 있다.

조선인 최초로 그린 미국 풍경 '화차분별도' 일반에 첫 전시
현지에서 구매한 것으로 보이는 종이에 세필로 그린 풍경화는 워싱턴에서 볼티모어로 향하는 과정에서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그린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김영욱 박사는 이 작품에 대해 강진희가 30대부터 담묵의 필치로 담박하게 풀어낸 남종문인화풍을 즐겨 그렸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강진희는 외국어 능력이 뛰어나 일본공사 접응관차와 주미전권공사 수행원에 임명됐고, 중앙행정부서인 법부와 학부를 거쳐 관립한성여성고등여학교에서 부교수 겸 서리를 역임한 뒤 60세에 관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1911년 경성서화미술원 창립을 위한 서화미술시회 참석을 시작으로 1912년 서화미술회 교원과 1918년 서화협회 창립인의 한 사람으로 후학을 양성했다.

이번 전시에는 강진희의 저작 '악부합영(樂府合英)'도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이 책은 조선 후기 판소리 연구가 취송 송만재의 관우희, 신위의 소악부, 그리고 자신이 모은 악부를 엮은 것이다.

김방은 예화랑 대표는 23일 전시에 앞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송만재의 관우희는 지금까지 연세대와 선문대가 보관 중인 2종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악부합영의 발견으로 모두 3종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강진희가 공사관으로 미국에 갔을 당시 워싱턴의 한 사진관에서 촬영한 사진의 원본도 공개된다.

1888년 미국에 최초로 도착한 공관원 일행의 사진 가운데 유일한 원본으로 사진관 주소도 적혀 있다.

아울러 강진희가 1887년 11월 16일 제물포항을 출발해 3만9천215리의 바닷길을 건너 1888년 1월 9일 워싱턴DC에 도착해 공사관 업무를 했던 이야기를 토대로 한 예술 작품들도 함께 전시된다.

뉴미디어 작가 변재언과 독립운동가 석주 이상룡의 후손인 서양화가 이귀영, 미디어 아티스트 최종범 등 3명은 각자의 예술로 강진희의 스토리를 풀어낸다.

김방은 대표는 "지난해 4월 서화협회의 전시 역사 100주년을 기리는 전시에서 '악부합영'을 알게 된 것을 인연으로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강진희는 김 대표 부친의 외증조부다.

전시는 26일부터 다음 달 18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