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인권법연락회, '일본 외국인·소수민족 인권백서' 발간
"헤이트스피치법, 금지나 처벌 규정 없어 한계" 지적
일본 내 외국인의 인권신장 운동을 벌이는 단체인 외국인인권법연락회는 '외국인·소수민족 인권백서 2022년 판'을 발간했다고 23일 밝혔다.

백서는 2021년 한 해 동안 ▲헤이트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와 인종차별 ▲일본의 외국인 관리체제 ▲코로나19 발생 후 이주노동자·이민·난민 ▲이주여성의 권리 ▲소수민족 어린이의 권리 ▲국제 인권기준과 소수자 권리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전쟁 책임 등과 관련해 벌어진 일을 소개하고 있다.

백서는 '헤이트스피치법' 등의 영향으로 외국인 증오 발언이나 우익 데모 횟수는 줄었지만, 외국인에 대한 협박 소포 전달이나 재일 한국인 시설 방화·훼손 사건 등이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변호사로 '헤이트스피치법 발효 5년'을 주제로 백서에 기고한 연락회 사무국장 모로오카 야스코(師岡康子) 씨는 "헤이트스피치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선언적인 의미는 있지만, 금지 규정이나 처벌 규정이 없는 법이라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2010년대 들어 우경화 현상이 심해져 재일동포 등 외국인에 대한 헤이트스피치가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본국(일본)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향한 대응에 관한 추진법'(헤이트스피치법)을 제정, 2016년 6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백서는 일본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 중 오사카부, 도쿄도, 아이치(愛知)현만 '헤이트스피치' 방지 조례가 만들어졌고, 광역과 기초 지자체를 통틀어서 처벌 조례를 갖춘 곳은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가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가와사키시 조례의 영향으로 같은 현의 사가미하라(相模原)시와 오키나와(沖繩) 등 다른 지자체가 조례 제정에 나선 상황도 전했다.

한편 백서는 재일민단 등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정주외국인 지방참정권 부여와 관련해 도쿄도 무사시노(武藏野)시가 지난해 말 투표권 부여를 추진했으나, 조례안이 시의회에서 결국 부결된 것은 헤이트스피치와 우익 시위 등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카와사키시의 외국인 교류 촉진 시설에 재일동포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낸 협박 문서 배달 사건과 관련된 시민단체 활동, 요시다 요시아키(吉田嘉明) DHC 회장의 재일동포 차별 조장 발언으로 지자체 3곳이 DHC와의 협력을 중단한 일 등 혐한(嫌韓) 조장을 반대하는 움직임을 소개했다.

연락회는 지난 4월 28일 후루카와 요시히사(古川禎久) 일본 법무성 장관을 면담하고 '긴급 증오범죄 대책 요망서'를 제출했다.

이 자리에서 연락회는 장관에게 '증오범죄는 차별적 동기에 따른 범죄로,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는 내용을 대외적으로 공표해 달라고 요청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