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전 어느 스님의 꿈···인도 첫 한국 전통사찰로 꽃피웠다

'보리수 성지' 부다가야서
코로나19 팬데믹 뚫고 건립

보건소도 세워
현지 의료사각지대 해소에 기여

"내년 한-인도 수교 50주년···
불교 문화 토대로 우정 이어가길"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가운데) 등 관계자들이 지난 21일 인도 부다가야 분황사 준공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부끄럽다.’ 35년 전, 인도를 순례하던 한 젊은 스님은 이렇게 생각했다.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보리수 나무가 있는 성지 부다가야에 다다랐을 때였다. 미얀마, 태국, 베트남, 스리랑카 등 동아시아 많은 나라들이 전통양식 사찰을 지어 순례객들을 맞이하고 현지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는 중이었다. 한국만 없었다. 시간이 흘러 2018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리에 오른 그가 '인도 최초의 한국 전통양식 사찰 건립'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온 이유다. 원행스님은 분황사 준공식을 앞두고 “이제 시절인연이 도래하니 35년 전 씨앗이 발아해 연잎을 틔우고 이내 한 송이 큰 연꽃 분황을 피우기에 이르렀다”고 했다.

“내년 한-인도 수교 50년 앞두고 가교 역할”

이달 21일 오전(현지시각) 인도 북동부 비하르주(州) 부다가야에서 분황사 대웅전 준공식이 열렸다. 원행스님을 비롯해 종회의장 정문스님, 해외교구장 정우스님, 전국비구니회장 본각스님과 한국 불교 신도 등 150여 명이 행사 참석을 위해 인도를 찾았다. 현지주민까지 500여명이 분황사 건립을 축하했다. 장재복 주인도한국대사도 참석해 “내년 한국-인도 수교 50주년을 앞두고 있다”며 “불교 문화와 역사를 토대로 양국이 우호관계를 이어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분황사는 대한불교조계종이 '불교 발상지' 인도에 세운 첫 한국 전통양식 사찰이다. 2019년 말 익명을 요구한 두 여성 불자인 설매·연취보살이 조계종에 총 50억원을 기부하면서 본격적으로 건립이 추진됐다. 사찰명을 제안한 설매보살은 “분황은 푼다리카, 즉 흰 연꽃을 뜻한다”며 “세계 평화, 인류 행복이 흰 연꽃으로 피어났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했다.

불교 4대 성지 중 하나인 마하보디 사원에서 약 400m 거리에 자리 잡았다. 마하보디 사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로, 부처가 처음 깨달음을 얻은 보리수 나무와 그 옆에 세워진 약 50m 높이의 대탑을 중심으로 조성돼있다. 매년 전 세계 수많은 순례자들이 부처의 깨달음을 기억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인도 부다가야 분황사 준공식에서 현지 주민과 한국 불교 신도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분황사 측은 추가 부지를 매입해 마하보디 대탑과 직선으로 이어지는 길을 내겠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되면 순례자들에게 자연스럽게 한국불교와 전통 문화를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분황사는 부다가야를 찾는 한국 불교 순례자들의 거처 역할도 하게 된다. 원행스님은 "부처님이 열반경에서 말씀하시길 '성지순례를 하는 불자는 삼악도(지옥·축생·아귀도를 의미)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셨다"며 "신도들이 순례를 많이 할 수 있도록 종단 차원에서 지원하고, 분황사도 그 역할 다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지 의료 사각지대 해결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가운데)를 비롯한 조계종 관계자, 장재복 주인도한국대사 등은 지난 21일 인도 부다가야 분황사 보건소 착공식에서 시삽 행사를 가졌다. 현지 주민들이 환영의 의미로 메리골드 꽃잎을 뿌리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분황사의 가치는 종교 시설 그 이상이다. 대웅전과 2층짜리 수행관뿐 아니라 현지 주민을 위한 보건소 등을 갖출 예정이다. 이날 준공식에 이어 보건소 착공식도 열렸다.

분황사 건립을 주도한 부다팔라 스님은 “인도는 의료 사각지대가 심각해 극빈층은 아파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다”며 “특히 의료 기반이 취약한 여성, 어린이 전문 병원 건립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추후 의과대학을 설립해 현지 의료 인력을 양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한국전쟁 당시 의료병을 파병했던 인도 국민들에게 은혜를 갚는다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인도 부다가야 분황사 준공식에서 한국 불교 신도들과 현지 주민들이 꽃잎을 뿌리며 축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분황사 건립과 한국 불교 관계자들의 대규모 순례는 현지의 이목을 끌었다. 인도 최대 일간지 ‘힌디뉴스페이퍼’ 등 현지 언론들의 취재와 보도가 이어졌다.

부다가야=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