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국어교과서 첫 단원에 실린 '황소개구리와 우리말' 등 59편 "우리말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 영어를 들여오는 일은 우리 개구리들을 돌보지 않은 채 황소개구리를 들여온 우를 또다시 범하는 것이다.
"('황소개구리와 우리말' 중)
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작가로서 대중에게 알려진 계기가 된 자연 에세이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2001·효형출판) 속 구절이다.
2002년 제7차 교육과정 국어 교과서 첫 단원에 실린 글로 수능 세대에겐 친숙하다.
23일 출판계에 따르면 '생명책'으로 불리며 40만 부가 팔린 이 책이 20년 만에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다음 달 1일 개막하는 국내 최대 책 축제 '2022 서울국제도서전'의 리커버 도서로 선정된 것에 맞춰 개정판이 나온다.
도서전을 주최하는 대한출판문화협회는 "리커버는 '세대를 초월한 이야기'를 중심축으로 진행됐다"며 "학생 때 교과서에서 읽은 후 성인이 돼 다시 읽었다는 독자, 자녀의 숙제를 도와주다가 빠져들었다는 독자들의 사연이 이 책을 되살려냈다.
더는 청소년만을 위한 이야기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을 통해 인간을 바라보고, 인간과 인간 사이를 연결하는 저자의 글은 시간이 지날수록 울림이 커진다"며 "지금 당장 읽어도, 혹은 오랜 세월을 두고 읽어도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담담함'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표지 등을 새로 단장해 '다시, 이 책'이란 이름으로 선보이는 리커버 도서에 선정된 책은 총 10권이다.
올해 도서전 홍보대사로 퓰리처상을 두 차례 수상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 콜슨 화이트헤드의 소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은행나무), 독립운동가 박열의 부인인 가네코 후미코의 옥중 수기 '나는 나'(산지니) 등이다.
최 교수는 개정판에서 '20년 만에 드리는 인사'를 통해 "사람이 책을 만들면 그 책이 도리어 사람을 만든다 했나요"라며 "이 생명책을 쓴 후의 삶은 오롯이 이 책 나름의 궤적을 따라 펼쳐졌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난 20년은 삶에서 가장 역동적인 기간이었고, 이 책이 동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년이 흐르는 동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것은 단연 기후 변화일 것"이라며 "지구촌 인류 전체를 통째로 삼켜 버린 코로나19도 크게 보면 기후 변화가 일으킨 생명 재앙"이라고 강조했다.
개정판에는 호주제 폐지 논의, 주5일제 도입 논란 등 당시 책에서 문제를 제기했던 이슈와 관련해 변화한 사회 제도에 관한 설명이 각주 형태로 추가됐다.
또 '황소개구리와 우리말' 등 59편의 기존 글에 최 교수의 자필 글 일부가 새로 담겼다.
최 교수는 개정판 출간을 기념해 다음 달 3일 도서전이 열리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알면 사랑한다'라는 주제로 북 토크를 연다.
코로나19에 대해 "굉장히 비싼 등록금을 지불하고 배운 자연 수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던 최 교수는 기후 위기 시대에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 왜 필요한지 등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