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안내한 신소연 연구관 "바이든, 한국 유물에 흥미·공감"
"바이든 대통령이 경천사지 십층석탑을 보더니 바로 '오! 서프라이즈'라고 하시더군요.

워낙 크고 화려한 데다 서양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균형감이 있어서 감동하신 것 같아요.

"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은 22일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날 저녁 윤석열 대통령과 공식만찬을 위해 박물관 동쪽으로 입장하자마자 마주한 국보 '경천사지 십층석탑' 앞에서 감탄한 나머지 깜짝 놀라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한미 정상은 정상회담 이후 공식만찬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했다.

만찬 장소인 로비 '으뜸홀'로 이동하면서 약 10분간 신소연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 안내로 유물을 관람했다.

경천사지 십층석탑 외에도 국보 '황남대총 북분 금관', 보물 '여주 출토 동종'(청녕4년 명 동종)을 둘러봤다.

황남대총 북분 금관은 경북 경주 신라 무덤에서 출토됐다.

전형적인 신라 금관 형태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굽은옥을 많이 달아 화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 연구관은 "신라 금관을 정말 사람이 썼는지 여부를 두고 학계에서 의견이 분분하다고 설명하니 바이든 대통령이 매우 흥미롭게 생각하며 여러 질문을 했다"고 말했다.

1960년대 경기도 여주에서 발견된 여주 출토 동종은 '청녕4년'(淸寧四年)이라는 글자가 있어 고려 문종 12년인 1058년에 제작됐음을 알 수 있는 유물이다.

통일신라시대와 고려시대 양식이 혼재된 점이 특징이다.

신 연구관은 "고려를 '코리아'와 연결해 이야기하니 바이든 대통령이 고려가 언제 시작됐는지 궁금해했다"며 "이에 고려시대에 불교 공예품과 청자가 발달했다는 사실을 설명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범종 소리가 맑고 깊고 그윽하다는 점을 강조하니 바이든 대통령이 이 사실을 이해하고 공감했다"고 덧붙였다.

황남대총 금관과 고려 동종이 관람 유물로 선택된 데 대해서는 "국보 반가사유상 두 점이 있는 '사유의 방'을 비롯해 여러 제안을 했는데, 동선과 경호상 문제 등을 고려해 결정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한미 정상의 공식만찬으로 21일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시관 전체가 휴관하고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이 진행 중인 기획전시실도 오후 4시 30분에 문을 닫았다.

만찬 3일 전에 갑작스럽게 이뤄진 휴관 결정에 박물관 나들이를 계획했던 시민들이 불편을 겪게 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유물이 있는 곳에서 음식을 먹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우리 문화를 알릴 좋은 기회라는 엇갈린 반응도 나왔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만찬이 열리는 으뜸홀에 유물을 두는 방안은 애초부터 고려되지 않았다"며 "시민들의 불편에 대해서는 정말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