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자 등 5명과 경쟁…오늘 런던서 낭독회 참석
英부커상 26일 발표…정보라, 한국문단 경사 6년만에 재연할까
세계적인 권위의 문학상인 영국 부커상 수상자가 오는 26일(이하 현지시간) 가려지는 가운데 소설가 정보라(46)가 수상의 영예를 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가 부커상 수상에 성공하면, 2016년 '채식주의자'로 상을 받은 한강 작가에 이어 한국 문단은 6년 만에 다시 경사를 맞이하게 된다.

또 과학소설(SF)과 공포, 판타지 등이 혼재된 장르 문학으로 이룬 쾌거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콩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며 2019년까지 맨부커상으로 불렸다.

2005년 신설된 인터내셔널 부문은 비영어권 작가들의 영어 번역 작품을 대상으로 하며 상금(5만 파운드·한화 약 8천만원)은 작품에 공동 기여한 작가와 번역가에게 균등하게 지급된다.

정보라는 소설집 '저주토끼'로 지난 3월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롱리스트) 13명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4월 최종 후보(쇼트리스트) 6명에도 포함됐다.

이 책을 영어로 옮긴 안톤 허(본명 허정범·41)도 한국인 번역가로는 처음 공동 후보로 지명됐다.

정보라는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를 비롯해 노르웨이의 욘 포세, 일본의 가와카미 미에코, 아르헨티나의 클라우디아 피네이로, 인도의 지탄잘리 슈리와 경쟁한다.

올해 최종후보에는 여성 작가가 5명, 여성 번역가가 3명 포함됐다.

올가 토카르추크 작가는 2018년에 이어 두 번째 부커상 도전이다.

지탄잘리 슈리의 '모래의 무덤'(TOMB OF SAND)은 이 부문 17년 역사에서 힌디어책으로는 처음으로 최종 후보에 올랐다.

英부커상 26일 발표…정보라, 한국문단 경사 6년만에 재연할까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올해는 인터내셔널 부문 신설 이래 처음으로 번역가가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심사위원장 프랭크 윈 등 심사위원들은 135권의 작품을 읽은 후 인간 경험의 경계를 탐구한 여섯 개 언어 작품을 뽑았다.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저주토끼'에 대해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든 "마술적 사실주의"라며 "공포, 판타지, 초현실적 요소가 혼합돼 있지만, 각각 이야기는 일상의 실제 두려움과 압박에 본능적인 뿌리를 두고 있다"고 평했다.

프랭크 윈 심사위원장은 지난달 미국 뉴욕타임스 등과 가진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정보라 소설집은 데이비드 린치 감독과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초창기 '보디 호러'(신체 공포물)의 어디쯤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정보라는 부커상 홈페이지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지금은 은퇴하셨지만) 부모님은 모두 치과의사였다"며 "9~10살 때까지 어머니 진료소 뒤쪽의 집에서 살았는데, 거실에 인간 모형 두개골이 있었다.

누구나 집에 하나쯤은 있을 거로 생각했다"는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또 "지인들 외에 광대한 영어권 세계가 독자층이라는 게 약간 겁이 났다"며 "그런 점에서 후보 지명은 계속 글을 쓰고 새로운 독자를 찾는 데 큰 격려가 된다"고 말했다.

英부커상 26일 발표…정보라, 한국문단 경사 6년만에 재연할까
국내 문단에서는 정보라의 수상 가능성이 작지 않은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 책을 해외에 소개한 안톤 허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문체의 전달력, 아이러니, 상상력이 정보라의 문학성"이라며 "읽자마자 영미권에서 통할 것 같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19일 런던으로 출국한 정보라와 안톤 허는 22일 오후 2시 런던 사우스뱅크센터에서 열리는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작 낭독회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최종 수상자는 26일 밤 런던 이벤트홀인 원메릴본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발표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