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회용 컵 보증금제 유예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단계적 제도 적용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확인됐다. 자영업자들이 일회용 컵 반환과 회수에 대한 부담을 갖으면서도 제도의 취지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환경부는 지난 20일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시행을 오는 12월 1일까지 유예한다고 밝혔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카페 등에서 일회용컵에 음료를 받으려면 보증금 300원을 내고 추후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일회용컵 회수율을 높여 재활용률을 높이고 나아가 일회용컵을 덜 쓰게 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카페 가맹점주들이 보증금제 시행에 필요한 금전·업무적 부담을 자신들이 진다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시행이 6개월 미뤄졌다.

프랜차이즈 카페 가맹점주들은 정부가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미흡한 모습을 보였던 것에 강한 반발을 드러냈다. 실제로 환경부는 제도 시행을 논의하는 간담회에 가맹점주 의견 반영이 제한될 수 밖에 없는 일부 가맹사업 본사와 논의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가맹사업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직영점 중심의 프랜차이즈 업체의 의견을 주로 듣기도 했다. 환경 처리 부담금 당사자인 가맹점주들 의견을 수렴한 것도 지난 17일 열린 간담회가 처음이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전국카페연합 등 자영업자 연합은 이날 환경부와 논의 자리에서 단계적 제도 적용 방안을 제안했다.

협의회는 ①6개월 동안 특정 지역에서 보증금제를 시범 적용하고, ②이후 6개월 동안 가맹본부가 운영하는 직영점만 제도를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후 일회용컵 사용이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오면 전사업자로 확대하자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또 일회용 컵당 보증금 환급액도 단계적으로 축소해 나가자는 입장이다.

일회용 컵 반환이 정착되면 환급액을 줄여야 실제 일회용품 사용량이 줄어들 것이란 주장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환급액이 줄어야 일회용컵을 반납해도 돈을 받지 못한다는 인식이 생겨 실제 일회용품 사용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의회는 유예기간이 주어진 만큼 공청회 등을 열어 보증금제 시행에 대한 부작용을 줄이는 방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환경부도 의견을 수렴해 가맹점주들이 추진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긴밀한 협조를 약속했다"며 "6개월 동안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보완되는 점에 대해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전했다.


유오성기자 osyou@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