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매·연취보살 간담회서 '쓴소리'…분황사 준공에 "불자로서 행운아" 겸손
분황사 50억 희사 불자들 "한국불교, 부처님 가르침 실천 안 해"
인도 첫 한국 전통사찰인 분황사(芬皇寺) 건립에 50억 원을 희사한 두 여성 불자 설매(76)·연취(70)보살이 한국 불교에 쓴소리를 내놨다.

설매·연취보살은 21일 분황사 준공식을 마친 뒤 부다가야 한 호텔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거액의 기부금을 선뜻 내놓은 배경을 설명하며 "우리 모두가 물들지 않은 흰 연꽃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분황은 흰 연꽃을 의미한다.

이어 "한국 불교가 수행 정진한다면 세계 중심에 설 것"이라며 한국 불교가 바뀌어야 한다고 직격했다.

먼저 연취보살은 "스님들과 부자들이 변해야 한다"며 "불자들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수준 높은 불자들이 부처님 법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불교가 다시 중흥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살들이 엉터리로 살고, 다른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하면 아무리 부처님 제자들이 절에 오라고 해도, 글쎄요(그럴까요)"라고 의문을 나타냈다.

설매보살은 한국 불교의 문제점을 두고 "저는 간단하다고 본다"면서 "부처님 가르침대로 실천하지 않는 데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10년 전에 어느 선원장 스님분이 '한국 불교 미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며 '청규를 다시 만든다'고 하더라"면서 "그래서 제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실천하지 않는 게 문제다.

청규를 만들면 뭐 하나.

2천600년 전에 부처님이 이미 다 보여주시지 않았느냐고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분황사 50억 희사 불자들 "한국불교, 부처님 가르침 실천 안 해"
연취보살은 "우리는 간단한 일부터 시작하면 된다"며 "내가 어떻게 마음을 내느냐, 특별한 거 없다.

아는 즉시 실천하면 된다.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매보살은 "남의 허물을 경책 삼아라. 그리고 좋은 것을 자기 것으로 해라. 그러다 보면 자기에게 선업이 쌓인다고 가르친다"면서 "저는 불교를 믿으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종교를 바르게 믿으라고 한다"고 전했다.

두 불자는 평소 생활에서도 부처님 행적과 가르침에 따른 생활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설매보살은 "우리가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지만,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생각해야 한다.

부처님 또한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그런 어른이었다"면서 "지금도 한여름에 에어컨을 틀지 않는다.

괜찮은 아파트에 살지만, 에어컨을 못 켠다"고 했다.

설매·연취보살은 아시아 불교국가들이 250개 정도의 사찰을 붓다 성도지인 부다가야에 지어왔음에도 한국만 유독 사찰이 없었던 점에 크게 놀랐다고 한다.

이는 두 보살이 부다가야에 사찰을 지어달라며 종단에 50억 원을 기탁한 배경이 됐다.

'백만원력 결집불사'를 추진해온 조계종은 이들의 뜻에 따라 부다가야에 사찰 건립에 나섰고, 그 이름은 설매·연취보살이 희망했던 분황사가 됐다.

두 보살은 사찰 건립을 위한 50억 원 희사 전에도 여러 기부에 동참해왔다.

이들이 낸 기부금은 네팔의 학교에, 몽골의 유치원에, 또 케냐의 여학생 기숙사를 짓는 데 쓰였다.

드러내지 않고서 선행을 이어온 셈이다.

두 보살에게 인도 첫 한국 전통사찰인 분황사 준공식에 참석해 든 소감을 묻자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했다.

연취보살은 "속에서 눈물이 돌았다.

그냥 몰려오는 뜨거운 느낌이랄까요"라며 "제가 불자로서 행운아"라고 오히려 겸손해했다.

두 보살은 40년 전 참선을 하며 서로 알게 됐다고 한다.

연취보살은 설매보살을 언니이자 스승, 친구로 삼아 참선과 불교 등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워왔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