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병원서 삶의 의미 찾는 여고생 이야기
수미(김환희 분)는 보육원에서 자라며 어린 나이부터 세상의 폭력을 마주해왔다.

보육원 원장은 후원금을 빼돌리고,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식당에 손님으로 온 남자는 용돈 줄테니 술을 따르라고 한다.

수미에게는 사는 게 죽는 것보다 힘들다.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려는 순간 서진(유선)이 다가와 죽을 용기가 있으면 살아보라고 말한다.

죽는 법을 알려주겠다고도 한다.

수미를 국밥집에 데려간 서진은 수미의 손목에 난 칼자국을 보고 명함을 건넨다.

서진은 호스피스 병원 수간호사다.

수미는 서진이 일하는 호스피스 병원에 찾아간다.

처음에는 죽는 법을 배울 생각이었다.

그러나 죽음을 앞두고도 누구보다 활기차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과 생활하며 마음이 점차 바뀐다.

숙식을 함께 하는 서진과는 가족이 된다.

영화 '안녕하세요'는 홀로 괴로움과 외로움을 견디며 살던 수미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에 서진을 만나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이미 그 과정과 결말이 충분히 그려진다.

호스피스 병원에서 지내는 사람들에게도 각자의 인생사가 있을 것이고, 그래서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충실히 살고 있으며, 그러는 사이 일부는 먼저 세상을 떠날 것이다.

수미는 그들로부터 인생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을 것이다.

영화는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수미가 서진의 집에 처음 간 날, 비워둔 방에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 장면에선 서진 역시 수미와 비슷한 아픔을 공유하는 인물이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착한 영화'를 지나치게 표방해서일까.

호스피스 병원 사람들은 하나같이 마음이 넓고 곱다.

그래서 인물들 사이에 아무런 갈등도 발생하지 않는다.

이 유사 가족은 흠 없는 가족의 이데아에 가까우며, 따라서 현실에서 저멀리 떨어져 있다.

이야기 전개는 느릿하고, 종종 어색한 대사들이 몰입을 방해한다.

스무 편 안팎의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이제 베테랑으로 불려도 어색하지 않은 유선, 호스피스 병동 터줏대감 인수를 연기하며 영화의 중심을 잡은 이순재가 분투한다.

2016년 개봉작 '곡성'에서 '뭣이 중헌디'라고 악을 쓰며 신들린 연기를 선보인 김환희의 성장을 지켜보는 게 영화의 재미다.

이제는 키도 이순재만큼 껑충 커버린 김환희는 절망과 분노, 슬픔을 거쳐 희망에 이르는 감정 변화를 매끄럽게 소화한다.

김환희는 지난 19일 시사회에 이어 열린 간담회에서 "수미는 밑바닥에서 시작해서 마지막에는 굉장히 높이 올라가는, 감정선의 폭이 넓은 아이다.

어떻게 공감을 이끌어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도전욕구가 생기는 캐릭터를 좋아해서 이 친구(수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성인 연기자가 된 김환희는 스무 살이던 지난해 이 영화를 촬영했다.

그는 "성인이 되면서 연기에 대한 부담, 극을 이끌어간다는 부담이 컸고 외롭다는 느낌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조금 삐끗해도 (배우들이) 너무 잘 잡아주셔서 즐기면서 할 수 있었다.

칭찬에 춤추는 고래 같은 느낌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25일 개봉. 117분. 12세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