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한 손님, 선행 알리려 광주경찰청에 손편지 보내
지갑 놓고 내린 손님 찾아 50㎞ 운행…택시 기사에 경찰 감사장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분이 다 있네요.

택시 기사님 꼭 좀 찾아주세요.

"
손님이 놓고 간 지갑을 돌려주러 타지역까지 달려간 택시 기사에게 감동받아 보낸 민원인의 편지에 경찰이 화답했다.

김준철 광주경찰청장은 20일 많은 현금이 든 지갑을 손님에게 돌려준 공로로 택시 기사 김모(67)씨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김 청장은 최근 전남 보성군에 거주하는 70대 노인 A씨에게서 손편지를 받았다.

A씨는 약 한 달 전인 지난달 22일 KTX 편으로 서울을 다녀와 밤늦게 광주 송정역에서 내렸다.

전남 보성군 보성읍에 있는 집에 가기 위해서는 광주 도심 외곽 동구 소태역에서 막차를 타기 위해 서둘러야 했다.

택시를 잡아타고 소태역에 내린 A씨는 보성으로 향하는 시외버스에 올라탄 후에야 자신의 지갑이 없어진 사실을 알아채고 주저앉았다.

수십만 원의 현금뿐만 아니라 신분증과 신용카드까지 들어 있는 지갑이 밤새 아른거렸지만, A씨는 이내 지갑을 다시 찾는 걸 포기하고 다음 날 아침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속상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던 그때 누군가 A씨 집의 문을 두드렸다.

바로 전날 밤 A씨가 탔던 택시의 기사였다.

택시 기사 김씨는 A씨가 차에서 내린 후에 뒤늦게 지갑을 발견했다.

되돌려줄 방법을 고민하다, 다음날이 쉬는 날이었던 김씨는 직접 지갑을 돌려주기로 마음먹고 약 50㎞ 떨어져 차로 1시간여 거리인 보성군 보성읍으로 택시를 몰아 출발했다.

지갑을 돌려받은 A씨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어리둥절했다.

허겁지겁 지갑에서 현금 10만원을 꺼내 김씨 손에 쥐여주려 했지만, 김씨는 한사코 거절하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A씨는 김씨에게 정식으로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지만, 경황이 없어 연락처 하나 받지 못했다.

겨우 택시 번호를 적어 놓은 것으로 들고 A씨는 광주경찰청장에게 손편지를 2장 써서 보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손편지에 "요즘 같은 세상에 보기 드문 분을 만났다"며 "꼭 누군지 찾아서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는 마음이 정성스럽게 적혀 있었다.

편지를 읽은 김준철 광주경찰청장은 "택시 기사님이 시민의 소중한 재산을 보호하고 사회에 깊은 감동을 주셨다"며 직접 감사장을 수여하라고 지시하고, 이날 직접 감사장을 전달하기까지 했다.

김씨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다.

다른 택시 기사들도 다 그랬을 것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