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신성’으로 불린 미국 헤지펀드사 멜빈캐피털이 문을 닫는다. 올해 하락장 속에서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펀드를 청산해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주기로 했다. 지난해 ‘게임스톱 사태’ 때 수십억달러의 손실을 본 여파가 컸다는 분석이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멜빈캐피털이 투자자에게 보낸 서한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게이브 플롯킨 멜빈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는 “지난 17개월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다”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했지만 투자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외부 자금 관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덧붙였다.

멜빈캐피털은 플롯킨이 2014년 설립한 회사다. 월가에서 적극적인 공매도를 펼치면서 신성 헤지펀드로 주목받았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멜빈캐피털은 매년 평균 30%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게임스톱 주식에 대한 공매도에 나섰다가 ‘월스트리트베츠’를 중심으로 뭉친 미국 개인투자자들에게 역공당해 68억달러의 손실을 봤다. 게임스톱은 미국의 비디오게임 소매업체다. 온라인으로 게임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아지자 헤지펀드들은 이 회사의 장래성이 밝지 않다고 판단해 공매도에 나섰다. 어릴 적 게임스톱에서 게임을 구매하며 자란 개인투자자들이 이에 반발해 주식 토론 게시판 월스트리트베츠 등에서 게임스톱 주식 매수 운동을 펼치자 주가가 폭등했다.

멜빈캐피털은 다른 투자를 통해 손실을 일부 만회했음에도 지난해 -39.3% 수익률을 기록했다. 거액의 손실을 보면서 투자자의 항의도 빗발쳤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