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더월' 쓴 가상스튜디오도 들여
19일 정보통신(IT) 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최근 CJ ENM 스튜디오 센터를 완공해 개관 채비를 하고 있다. 축구장 32개와 맞먹는 21만2883㎡ 규모로 콘텐츠 촬영·전시·제작 공간 총 13개동을 마련했다. 야외 촬영을 할 수 있는 오픈 세트장 규모만해도 4만9586㎡에 이른다. CJ ENM 관계자는 “어떤 콘텐츠든 센터 안에서 ‘원스톱’으로 찍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센터 한 개 동은 버추얼 스튜디오로 만들었다. 가상 그래픽을 배경으로 콘텐츠를 촬영하는 곳이다. 촬영 세트 천장과 벽면에 삼성전자의 대형 마이크로 LED 스크린 '더 월'을 둘렀다. 메인 디스플레이는 폭이 약 20m, 높이는 7m 가량이다. 주로 대규모 광고 디스플레이 등에 쓰였던 더 월을 스튜디오에 활용한 최초 사례다.
CJ ENM이 삼성전자와 손잡은 이유는 '더 월'이 대규모 스튜디오에서 고화질 그래픽 배경을 구현하기에 가장 적합해서다.
더 월은 베젤(테두리)이 없는 모듈러 방식을 적용해 오목·볼록한 형태, S자 형태 등으로 설치할 수 있다. 스튜디오 벽면에 맞게 케이블이 없이도 모듈을 이어붙이면 되는 식이다. 배우 뒷편으로 오목하게 스크린을 두르면 공간감을 더해 단순히 직육면체 형식 LED 스튜디오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영상을 만들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더월은 높은 화질과 밝기 등을 지원해 LED 디스플레이 무아레(물결 무늬) 현상도 나오지 않는다"며 "LED 디스플레이 배경을 카메라로 촬영할 때 번거로움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면을 4개로 분할해 서로 다른 콘텐츠를 동시에 재생할 수 있는 '4-PBP' 기술, 입력 영상 화질을 개선해주는 마이크로 AI 프로세서 기능도 콘텐츠 촬영에 활용될 전망이다. LED 패널을 배경에 활용하면 '그린 스크린' 등 크로마키 기법을 쓸 필요가 없다. 촬영 단계부터 곧바로 특수 시각효과를 줄 수 있어서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배우와 우주 풍경을 따로 둔 뒤 합성하는 대신, LED 패널에 우주 화면을 송출해 이를 배경으로 곧바로 촬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제작 생태계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복잡한 세트를 설치·철거하거나 외국 로케이션 촬영을 갈 필요가 확 줄어서 콘텐츠 제작비를 대폭 절약할 수 있어서다. 영상에 특수효과를 입히는 후처리 기간도 줄어든다.
배우들이 연기 몰입도를 유지하기도 좋다. 배우가 초록색 천이 아니라 대본상 배경을 눈으로 보며 연기할 수 있어서다. LED 패널을 활용해 메타버스, XR공연 등 다양한 가상현실 기술 융합 콘텐츠를 낼 수도 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