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성향 성기선-보수성향 임태희 '1대1' 맞대결…정책방향 견해차 뚜렷
9시 등교제·혁신학교 등 기존 교육정책 두고 연일 날 선 공방

"우리 때는 8시 전에 등교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더 늦게 등교하니 조금이라도 더 잘 수 있어서 아이들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다고 생각해요.

"(수원시 영통구 주민 A씨)
"아침 식사를 함께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엄마, 아빠가 모두 출근하고 난 뒤 혼자 집에 있다가 등교해야 하는 아이가 늘 걱정스러웠어요.

"(수원시 영통구 주민 B씨)
[격전지를 가다] '진보교육감 13년' 경기교육…"이어가야" vs "바꿔야"
6·1 지방선거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1대 1로 맞붙은 진보성향 성기선 후보와 보수성향 임태희 후보는 현재 각급 학교에서 대부분 도입해 시행 중인 '9시 등교제'에 대해 뚜렷한 입장차를 보인다.

임 후보는 9시 등교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반면, 성 후보는 이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학부모들의 반응도 역시 갈린다.

초교 2학년 딸이 있다는 A씨 등은 학생 건강 등을 이유로 9시 등교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B씨와 같은 맞벌이 가정을 중심으로 일부 학부모는 9시 등교가 마냥 반길 일만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9시 등교제는 학생들의 수면 시간과 가족과 함께 하는 아침 식사 보장을 취지로 도입됐다.

임 후보는 이에 대해 지난 10일 "등교 시간에만 집중하느라 정작 본질인 가족과의 아침 식사가 가능한지 논란"이라고 주장한 뒤 "지역 상황에 맞는 등교 시간을 학교 재량에 맡기는 자율성을 부여할 방침"이라며 일률적인 9시 등교제 폐지 입장을 밝혔다.

이에 성 후보는 "9시 등교제는 '밥 좀 먹자' '잠 좀 자자'는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학생 건강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으로, 이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제도의 취지와 학교 현실을 모르고 밝힌 헛공약"이라며 각을 세웠다.

두 후보는 9시 등교제뿐만 아니라 혁신학교 등 그동안 추진해 온 경기도교육청의 각종 정책을 두고 뚜렷한 입장차를 보이며 연일 날 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격전지를 가다] '진보교육감 13년' 경기교육…"이어가야" vs "바꿔야"
성 후보는 최근 "진보교육의 핵심 가치인 학생 중심의 교육이 경기도에서 계속 이어져야 한다"며 "자율학교에서 교육과정의 자율 구성 비율을 50%까지 부여하고 그 안에서 학생이 수업을 만들어가는 가운데 교사가 지원하는 미래형 혁신학교를 만들겠다"고 '꿈의학교 2.0 정책'을 공약했다.

반면 임 후보는 진보성향 교육감이 이끌어온 지난 13년을 실패로 규정하면서 "획일적이고 현실안주형 교육을 한 탓에 학력 저하, 교육환경 악화라는 문제가 심각해 경기교육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혁신학교에 대해서도 "취지는 좋을지 몰라도 현장에서 학부모들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학력저하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밖에 노동인권교육을 두고도 두 후보는 충돌했다.

성 후보가 노동인권교육 강화 방침을 밝히자 임 후보는 이미 현행교육과정에 포함돼 있어 불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두 후보가 설계하는 경기교육의 미래 역시 매우 다르다.

성 후보는 경기교육의 방향을 더욱 학생 중심으로 전환해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자율권을 학생에게까지 확대 부여하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반면, 임 후보는 학력 저하를 가장 시급한 문제로 진단하고 교육의 기초 역량을 강화해 학생 개개인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격전지를 가다] '진보교육감 13년' 경기교육…"이어가야" vs "바꿔야"
이처럼 두 후보의 교육 철학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 공약이 여러 면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이면서 이번 선거에서 도민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선거 결과에 따라 지난 13년간 이어져 온 경기교육의 기조가 큰 틀에서 유지되거나 전면 수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기도교육감 선거가 보수와 진보 진영 1대1 구도로 치러지는 것은 선거 방식이 직선제로 전환된 2009년 이후 처음이다.

경기도민들은 그동안 김상곤 전 교육감과 이재정 현 교육감 등 진보 성향 후보들을 내리 세 차례 선택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