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시설 조기 교체ㆍ상시 감시ㆍ신속 대응 체제 구축 필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한국지역난방공사 고양지사 인근 도로 지하에 매설된 온수 배관이 17일 오전 파손돼 시민 안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도시 30년' 고양시 노후 온수 배관 시민 안전 위협
사고 직후 김이 나는 뜨거운 물에 도로가 침수되고 수증기가 지상으로 뿜어져 나오자 시민들의 신고 전화가 폭주해 난방공사 측과 소방 당국이 배관 밸브를 잠그고 현장을 수습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시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2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교통이 장시간 통제된 2018년 12월 지하철 3호선 백석역 인근 난방공사 배관 사고의 악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도로 지하 2.5m에 묻힌 지름 85cm의 온수 배관이 터지면서 95∼110도의 뜨거운 물과 수증기가 지상으로 뿜어져 나와 인근 4개 아파트 단지 2천861가구의 난방과 온수 공급이 중단됐다.

차를 타고 사고 현장을 지나던 60대 남성은 도로 매몰 지역에 빠져 목숨을 잃었고 25명은 화상을 입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열 배관 파열은 1991년 최초 배관공사 당시 용접불랑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배관 공사 과정에서 열 배관 조각 부위가 용접 불량 상태로 접합돼 장기간 내부 변동압력 등을 받다가 균열이 생겨 온수가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신도시 30년' 고양시 노후 온수 배관 시민 안전 위협
경찰과 난방공사 측은 이번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으나 결과가 나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동안 발생한 크고 작은 지하 매설물 사고를 종합해보면 노후 배관 부식이나 균열 등이 사고 원인일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고양시 일산동구와 일산서구의 도로와 상ㆍ하수관, 온수 배관 등 지하 시설은 1992년 제1기 신도시 조성 당시 설치돼 그동안 파손 사고가 잦았다.

이에 따라 난방공사 측은 사고 방지를 위해 노후 시설 교체 작업을 꾸준히 해왔으나 아직도 30년 넘은 온수 배관이 많이 남은 상태다.

상ㆍ하수관이나 온수 배관이 파손되면 도로 침하 등으로 이어지면서 대형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노후 지하 시설을 조기에 교체하고 정밀 안전진단과 함께 신속한 대응 체제를 확보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오래된 지하 시설을 전면 교체하고 24시간 상시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사고 취약 지역을 조기에 파악해 재빨리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