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3개월 버텨오다 결국 터져…김정은, 새벽 긴급회의 주재한듯
'코로나 감염' 긴박했던 평양의 일주일…봉쇄령 거듭하다 뚫려
북한 수도 평양은 1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긴박하게 움직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벽에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했고,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이 마련한 '비상지시문'에 서명하는 등 기민하게 대처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8시 49분 보도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8차 정치국회의가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려 코로나19 상황을 논의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2020년 2월부터 오늘에 이르는 2년 3개월에 걸쳐 굳건히 지켜온 우리의 비상방역전선에 파공이 생기는 국가최중대비상사건이 발생하였다"고 인정했다.

통신이 2천900자 분량의 정제된 기사를 송고한 것을 고려할 때 북한은 이른 새벽 정치국회의를 연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매체가 당대회나 전원회의 등 주요 행사를 개최 이튿날 보도하는 관례를 미뤄볼 때, 현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급박하게 대처하는지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통신은 "회의에서는 전국적인 전파상황이 통보되고 금후 방역전에서 전략적 주도권을 쥐기 위한 긴급대책들이 상정 심의되였다"며 "정치국은 조성된 현 상황에 대처하여 국가방역체계를 최대 비상방역체계로 이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데 대하여 인정하였다"고 전했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회의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의 표정이 굳어 있고, 참석한 간부들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북한에서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통신은 "정치국은 우리나라 주변지역을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각종 변이비루스감염자가 늘어나는 보건상황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한 방역부문의 무경각과 해이,무책임과 무능을 비판하였다"고 전해 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질책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북한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시점은 최소한 일주일 전으로 추정된다.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4일 오전을 기해 한시적으로 주민들의 외출을 금지했다가 5일 해제했다.

당시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열병 확산 조짐이 있었다고 한다.

지난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가했던 인원 중에서도 열병 환자가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보당국은 하루 만에 봉쇄령이 풀렸다는 점에서 북한에서 흔한 장티푸스와 같은 수인성 전염병이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주시해왔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10월 북한에 수인성 전염병이 확산하고 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바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0일에도 전국적인 봉쇄령을 내렸으며, 이런 봉쇄령은 전날까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지난 일주일간 봉쇄령 발동과 해제를 반복하며 코로나19 상황을 주시하다, 전파 속도가 심상치 않자 이를 대외에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동안 국제사회의 백신 지원 등도 거절해 집단 면역이 형성되어 있지 않아 앞으로 백신 지원을 받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