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87 은하 첫 블랙홀 이미지 이후 3년 만에 '안방'에서도 확인
"일반상대성 이론 예측과 맞아떨어져"…블랙홀 연구 진전 기대
우리은하 블랙홀 이미지 첫 포착…과학사에 남을 '성과'(종합)
태양계가 속한 우리 은하의 중심부에 자리 잡은 초대질량 블랙홀의 실제 이미지가 마침내 포착돼 공개됐다.

이는 빛도 빠져나오지 못해 직접 볼 수 없는 블랙홀의 실제 이미지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 규명된 것이 많지 않은 블랙홀 연구의 진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주요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블랙홀을 관측해온 '사건지평선망원경'(EHT) 프로젝트 과학자들은 12일 밤 10시(이하 한국시간) 워싱턴을 비롯한 6곳에서 동시에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은하 중앙에서 포착한 블랙홀 이미지를 공개했다.

2019년 4월 과학사상 처음으로 지구에서 약 5천500만 광년 떨어진 M87 은하의 초대질량 블랙홀 실제 이미지를 포착해 공개한 이후 3년 만에 내놓는 성과다.

EHT협력단은 이번 성과로 우리은하 중심에 자리잡은 천체가 초대질량 블랙홀이라는 직접적인 시각적 증거가 확보됐으며, 이런 거대한 천체의 활동에 대한 가치 있는 단서를 얻게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세계 80개 기관에서 300명이 넘는 연구진이 참여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천문연구원을 중심으로 국내외 활동 한인 과학자들이 참여해 성과를 내는 데 기여했다.

이번에 포착된 우리은하 중심부의 초대질량 블랙홀은 '궁수자리(Sagittarius) A*'로도 불리는데, 지구에서 약 2만7천 광년 떨어진 궁수자리에 자리 잡고 있다.

M87 은하와 비교해 2천분의 1밖에 안 되는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질량이 태양의 430만 배로 65억 배에 달한 M87 은하의 블랙홀보다 훨씬 작은데다 두꺼운 가스와 먼지 구름에 가려져 있어 실제 이미지를 잡아내는 것이 더 까다로웠다.

질량이 작지만 지구와 거리가 가까워 M87 은하의 블랙홀과 관측된 크기는 비슷했다.

실제로는 M87 은하의 블랙홀의 크기는 태양계 전체 정도지만 우리 은하의 블랙홀은 태양에서 수성까지의 거리 정도다.

우리은하 블랙홀 이미지 첫 포착…과학사에 남을 '성과'(종합)
EHT는 M87은하를 관측할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아타카마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전파간섭계'(ALMA)를 비롯해 모두 8개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하나의 망원경처럼 운용하는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 기술을 활용해 지구 규모의 가상망원경을 구축함으로써 망원경의 민감도와 분해능을 높였다.

EHT의 분해능은 파리의 카페에서 뉴욕에 있는 신문 글자를 읽을 수 있을 정도인 것으로 제시됐다.

이런 민감도와 분해능을 통해 블랙홀의 중력으로 블랙홀의 입구이자 경계 영역인 '사건의 지평선'(horizon of event) 주변에서 빛이 왜곡되며 블랙홀 주위를 휘감아 주황색으로 밝게 빛나는 고리 형태의 구조와 중심부의 어두운 영역 등 '블랙홀의 그림자(실루엣)'라고 하는 윤곽을 잡아낼 수 있었다.

EHT 과학이사회 공동위원장인 세라 마르코프 암스테르담대학 이론천체물리학 교수는 "궁수자리A*와 M87 블랙홀은 질량 차이가 매우 크고 형태도 완전히 다르지만 매우 유사한 모양을 보인다"면서 "이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두 블랙홀 간의 차이는 블랙홀을 둘러싼 물질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3년 전 처음 포착된 M87 은하의 블랙홀과 이날 공개된 블랙홀의 모양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일반상대성 이론이 실증됐다는 것이다.

대만 중앙연구원 천문학·천체물리학 연구소의 EHT 프로젝트 과학자 고프리 바우워 박사도 "블랙홀 고리의 크기가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제시한 것과 일치해 놀랐다"면서 "이번 성과는 우리은하 중심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이해를 크게 높여 초대질량 블랙홀이 주변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EHT 과학자들은 후속 연구로 초대질량 블랙홀 주변의 전파 방출 기원으로 보이는 부착흐름을 분석하는 이론을 세우기 시작했으며, 이를 통해 은하의 형성과 진화 과정을 밝히고 일반 상대성이론에 대해 정밀한 검증도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천문연구원 손봉원 박사는 "궁수자리A* 블랙홀은 집단지성으로 인류가 직접 관측한 블랙홀 중에 가장 가까운 것"이라며 "한국천문연구원은 공동으로 운영하는 ALMA(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서브밀리파 간섭계), JCMT(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망원경) 참여를 넘어 KVN(한국우주전파관측망)이 EHT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천체물리학저널 회보'(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특집호에도 실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