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진상규명조사위, 대국민 보고회 열어 조사 성과 발표
시신 뒤바뀐줄 모르고 행불자 신세…무명열사 3명 신원확인(종합)
40년 넘게 이름 없는 시신으로 묻혀있던 5·18 무명 열사 5명 중 3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시신을 찾지 못해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행방불명자들이 실제로는 시신이 뒤바뀐 채 가까운 곳에 묻혀있었다.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12일 대국민 보고회를 통해 이러한 조사 내용과 성과를 발표했다.

무명열사 5명 중 처음으로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고(故) 신동남 씨였다.

5·18 당시 수많은 사망자의 유가족을 찾기 위해 시신을 옛 전남도청으로 모았다.

유가족을 찾아 신원이 확인된 시신은 인근 상무관으로 옮겼다.

연락이 끊긴 아들 이금영 씨를 찾고 있던 그의 어머니는 신씨의 시신을 자기 아들로 착각하고 장례를 치른 뒤 매장했다.

그러나 이후 이씨가 생존해 나타나면서 매장된 시신은 누구의 시신인지 확인할 수 없게 됐다.

이를 알지 못했던 신씨의 유가족들은 행방불명자로 신고했고, 신씨의 시신은 이름 없는 무명열사로 40여년간 안장돼 있다가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의 문헌 교차 조사와 유전자 검사 등으로 신원이 확인됐다.

당시 조사위는 신씨를 포함해 무명열사 5명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행방불명자 가족들을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를 실시했다.

시신 뒤바뀐줄 모르고 행불자 신세…무명열사 3명 신원확인(종합)
이 과정에서 무명열사 1명이 당시 숭의실고 학생이었던 양창근 군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문제는 국립 5·18 민주묘지에는 이미 양군의 묘지가 마련돼 있었던 상황.
양군의 묘지에 다른 사람의 시신이 매장돼 있었다는 얘기다.

조사위는 다시 유전자 검사를 통해 양군의 묘지에 묻힌 시신이 행방불명자 가운데 1명인 김광복 군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군은 5월 항쟁 당시 시위를 구경하러 나갔다가 행방불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신동남 씨의 사례와 비슷하게 양군의 유가족이 시신을 오인해 수습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양군의 부모는 연락이 끊긴 아들을 수소문하고 다녔지만 찾지 못하다 한 달이 지나서야 망월묘역(5·18 구묘역)에 매장된 상태로 있는 신원미상의 시신을 확인했다.

실제로는 양군이 아닌 김군의 시신이었지만 이미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양군의 부모는 유류품만으로 시신이 양군일 것으로 생각했다.

결국 진짜 양군의 시신은 무명 열사로, 시신이 사라져버린 김군은 행방불명자로 남아있게 됐다.

무명열사 묘역에 묻혀있는 또 다른 1명도 유전자 검사를 통해 행방불명자인 김재영 군이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김군 역시 5월 21일 금남로 시위에 합류했다가 연락이 끊겨 행방불명자가 됐다.

그의 사망 경위와 매장 경로 등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는 이름 없는 시신으로 망월묘역에 묻혀있다가 2001년 현재의 국립묘지 무명열사 묘역으로 옮겨졌다.

이때 무명열사 유해를 채취해 유전자 검사가 이뤄졌지만 김군의 신원을 확인해줄 유가족들의 유전자 대조군이 확보되지 않아 지금까지 무명열사로 묻혀있어야 했다.

당시 유전자 검사로 11명의 무명열사 가운데 6명의 신원이 밝혀졌다.

조사위의 활동으로 남아있던 5명의 무명열사 가운데 3명의 신원이 확인됐고, 동시에 행방불명자로 남아있던 3명을 찾게 됐다.

한편 5·18 보상이 시작된 1990년부터 2015년까지 7차례에 걸쳐 242명(중복 제외)이 행방불명자로 신고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