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친환경에너지 투자 늘리는 계기 삼아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초래된 에너지 위기로 인해 기후 목표가 유예돼서는 안된다고 존 카니 유엔 기후특사가 11일(현지시간) 경고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카니 특사는 이날 런던에서 열린 탄소중립(넷제로) 관련 회의에서 러시아를 겨냥한 제재로 전 세계 에너지 공급과 물가가 직격탄을 맞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각국이 세운 목표를 미룰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 총재 출신인 카니 특사는 이날 연사로 나서 "러시아산 석유의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은 단기적으로는 배출가스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기후 목표를 한시적으로 유예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개탄했다.

유엔 특사 "우크라전 이유로 기후목표 유예 안돼"
그는 "그러나 기후는 배출가스가 왜 발생했는지는 개의치 않는다.

얼마나 많이 발생했느냐만이 중요할 뿐"이라며 "우리가 지금 (온실가스) 배출을 늘린다면 추후 좀 더 과격한 (개선) 조치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온실가스) 감축 속도를 늦추는 게 아니라 더 끌어 올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각국 정부는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체결,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카니 특사는 영국 보수당 의원 등이 정부의 탄소감축 정책을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친환경 세금의 삭감과 화석연료 생산의 증대를 촉구한 직후 열린 이날 회의에서 기후 목표 달성을 위협하는 회사들의 이름을 적시하지는 않았다.

영국에서는 지난 3월 금융회사 바클레이즈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는 자사의 노력에 파급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상당수 기업이 자체 설정한 기후 목표가 전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상황이다.

카니 특사는 기후목표를 유예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크라이나 전쟁을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번 전쟁은 유연한 에너지 체계를 갖추려면 좀 더 다양하고, 믿을 만한 공급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청정에너지는 일단 시스템이 구축되면 좀 더 구하기도 쉽고, 효율적이며, 유연하고, 믿을 만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도 바람을 독점할 수 없고, 태양과 풍력은 말 그대로 도처에 있지 않느냐"고도 반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