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는 5%룰 위반 조사…"머스크 트위터 인수엔 영향 없을 듯"
FTC는 거액 지분취득 보고 의무 위반 조사

미국 증권당국·경쟁당국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트위터 지분취득 '늦장 공시'를 조사 중이라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머스크가 트위터 지분을 5% 넘게 매입하고서 관련 사실을 공시하는 서류를 뒤늦게 제출한 사실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증권법령에선 특정 기업의 지분을 5% 초과해 보유하게 된 투자자는 지분 취득 후 휴일을 포함한 10일 이내에 이를 공시해야 한다.

이런 5% 공시 룰은 거물 투자자가 회사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것을 회사나 다른 주주들에게 알려주는 기능을 한다.

머스크는 자신이 사들인 트위터 지분이 3월 14일에 5%를 초과했으므로 법령에 따라 그달 24일까지 관련 서류를 SEC에 제출해 이를 공시했어야 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이보다 10일 늦은 4월 4일에서야 트위터 지분취득 사실을 공시했다.

그는 이 덕분에 다른 주주들이 자신의 지분 취득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가운데 지분을 9.2%까지 늘릴 수 있었다고 WSJ은 지적했다.

그의 지분취득 사실이 제때 공시됐다면 트위터의 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컸으므로 머스크는 이번 늦장 공시로 1억4천300만달러(약 1천825억원) 이상을 절약할 수 있었다고 대니얼 테일러 펜실베이니아대 회계학 교수는 추정했다.

머스크는 법정 공시 마감 시점인 3월 24일 이후 주당 38.20∼40.31달러에 트위터 지분을 5억1천300만달러(약 6천546억원)어치 추가로 사들였다.

테일러 교수는 머스크가 실제 공시한 날인 4월 4일 트위터 종가가 49.97달러인 점을 바탕으로 그 차액을 계산해 그의 비용 절감액을 계산했다.

머스크는 트위터 지분취득과 관련해 수정 공시도 했다.

머스크는 최초 공시에서 트위터를 인수하거나 트위터 경영에 관여할 의사가 없는 '수동적 투자자'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공시 당일 트위터 이사회 이사로 선임되자 이튿날 두 번째 공시를 통해 자신의 신분을 '적극적 투자자'라고 변경했다.

이어 일주일 후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하겠다고 선언했다.

SEC는 머스크가 최초 공시에서 자신의 지분취득 계획과 관련해 더 많은 내용을 공개했어야 하는지를 조사 중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다만 SEC가 늦장 공시와 관련해 머스크를 상대로 소송을 내더라도 그의 트위터 인수를 무산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고 WSJ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도 SEC와 별개로 머스크가 일정 규모 이상의 지분취득을 반독점 당국에 보고하도록 한 법령을 위반했는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은 당국에 서류를 제출하고서 일반적으로 최소 30일을 기다렸다가 지분을 추가로 사들인다.

당국이 해당 지분 취득에 경쟁 저해 요소가 없는지 검토할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적극적 투자자의 경우 지분취득 규모가 통상 9천200만달러(약 1천174억원)가 넘고 현 보유자산이 2천만달러(약 252억원)보다 많으면 반독점 당국에 보고할 의무가 생긴다.

소극적 투자자는 보유 지분이 10% 미만이고 회사의 경영에 관여할 계획이 없으면 이 법령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미국 증권·경쟁당국, 머스크 트위터 지분취득 늦장공시 조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