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구평초, 사고 위험에 70% 가까이 스쿨버스 이용
지역 특성상 공사현장·화물차량 밀집…학부모 "대안 마련" 촉구
"걸어서 집에 가야 할 때면 꼭 엄마가 데리러 와요.

큰 트럭들이 옆으로 쌩쌩 달릴 때마다 길이 지진 난 것처럼 흔들려서 무서워요.

"
오모(12)군은 집에서 도보로 20분이 걸리는 부산 구평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다.

그는 2학년 때부터 스쿨버스를 타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초등학생이라면 20분 거리의 길도 혼자서 거뜬히 걸어 다닐 수 있지만, 오 군이 다니는 등하굣길은 위험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하교 시간인 11일 오후 1시 30분께 구평초등학교 인근 도로에는 덤프트럭과 트레일러 등 화물 차량들이 시속 50∼70㎞의 속도로 쌩쌩 달리고 있었다.

아이들 키를 훌쩍 넘는 큰 차들이 도로를 거침없이 달리자 주변이 흔들리기까지 했다.

이곳은 특성상 냉동 창고, 중화학 공장들이 밀집된 데다 을숙도대교, 남항대교 등 주요 항만과 도로를 잇는 지역인지라 부산에서도 화물 차량 통행량이 많은 곳으로 꼽힌다.

특히 공장에 들어가는 화물 차량들의 진출입로가 곳곳에 있었는데, 대부분 신호수가 없어 아이들이 언제 건너야 할지 몰라 곤란해했다.

5학년 자녀를 둔 최선주 구평초 운영위원회 위원장은 "신호등이나 횡단보도조차 설치되지 않은 30m가량의 거리를 아이들이 걸어야 한다"며 "비바람이 부는 날이면 불안한 마음에 학부모들이 제대로 출근하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인근에서는 을숙도대교∼장림고개 간 지하차도 공사가 8년째 진행 중인지라 아이들의 보행길은 더욱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공사가 본격화되면서 보행자를 위한 길이 임시로 마련됐지만,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었다.

도로 바로 옆에 설치된 보행길은 아이들 키 높이의 그물망만 있을 뿐 제대로 된 안전장치는 없었다.

대형 화물 차량들이 지나갈 때마다 바닥에 깔린 철판을 통해 상당한 진동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홍지태 구평초 교장은 "길이 기울어져 있는 데다 바로 옆에는 큰 차들이 속도도 줄이지 않은 채 지나가는데 제대로 된 안전 펜스조차 없다"며 "대형 교통사고 위험에 아이들이 항상 노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학교 측은 먼 거리에 사는 아이들의 안전한 보행길 확보를 스쿨버스 5대를 마련한 상태다.

인근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원거리에 사는 학생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부산 구평초등학교는 부산지역 공립 초등학교 가운데 유일하게 70%에 육박하는 학생이 스쿨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2학년과 5학년 자녀를 스쿨버스에 태우는 최정애 구평초 학부모회 부회장은 "첫차를 타는 아이는 오전 6시 30분에 기상해 해가 뜨기도 전 학교에 도착할 때도 있다"며 "비바람이 불면 차가 밀려 지각을 하는 학생도 많아 학습에도 방해가 된다"고 토로했다.

현재 구평초등학교 측은 부지를 옮겨 새로운 학교를 설립하는 등 부산시 교육청에 대안 마련을 요청하고 있지만, 학교 신설을 위한 인원이 충족하지 않다는 이유로 반려된 상태다.

홍지태 구평초 교장은 "이대로라면 아이들은 초등학교 6년 내내 위험하고 불안한 등하교를 해야 한다"며 "내년이면 70% 이상이 통학버스를 타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특수한 상황인 만큼 초법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