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계곡살인' 직접살인죄 입증 주력…첫 판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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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 때 '작위 살인' 불인정
'계곡 살인' 사건의 피고인 이은해(31)·조현수(30)씨에게 적용된 직접 살인죄가 법원에서 인정될지를 놓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 사건에서 실제 행위 없는 직접 살인죄가 최종 유죄로 확정되면 '가스라이팅'(심리 지배)을 통한 간접 살해도 직접 살해에 해당한다는 첫 판례가 돼 주목된다.
◇ 검찰, 가스라이팅-직접 살인 인과관계 입증 주력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재판에 넘겨진 이씨와 조씨에게는 살인·살인미수·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등 모두 3개 혐의가 적용됐다.
이 사건은 인천지법 형사15부(이규훈 부장판사)에 배당됐다.
이씨는 내연남인 조씨와 함께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 24분께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윤모(사망 당시 39세)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수영할 줄 모르는 윤씨에게 4m 높이의 바위에서 3m 깊이의 계곡물로 구조장비 없이 스스로 뛰어들게 해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애초 사건을 송치한 경찰은 피해자를 구조를 할 수 있는데도 일부러 하지 않아 살해했을 때 적용하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이들에게 적용했으나, 검찰은 직접 살해한 상황에 해당하는 '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바꿔 기소했다.
법이 금지한 행위를 직접 실행한 경우엔 '작위',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부작위'라고 한다.
쉽게 말해 직접 범행과 간접 범행이지만 둘 다 고의성이 있어야 한다.
검찰은 향후 재판에서 가스라이팅(심리 지배)→경제적 착취→남편 생명보험 가입→살인미수 2건→계곡 살인→보험금 수령 시도로 이어진 일련의 범행 과정을 설명하며 직접 살인죄를 입증하기로 했다.
윤씨를 경제적으로 착취해 온 이씨가 내연남과 함께 남편의 생명 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2차례 실패 끝에 살해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가 무죄로 선고될 것에 대비해 예비적으로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추가할 가능성도 있다.
◇ '작위 살인' 적용했던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
검찰이 간접 살해범에게 직접 살인죄를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는 1997년에 발생한 이른바 '보라매 병원'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병원에서 뇌수술을 받고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환자가 퇴원한 뒤 사망하자 치료비를 걱정해 퇴원을 요구한 환자의 아내뿐 아니라 퇴원을 승인한 전담 의사와 레지던트를 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공소장을 변경하지 않은 채 아내와 의사들의 행위를 작위가 아닌 부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인정했다.
이후 항소심과 대법원은 아내의 혐의는 1심 판단대로 유지했지만 의사들의 퇴원 행위는 살인 방조로 판단했다.
항소심 법원은 "의사들은 보호자의 요구에도 여러 차례 퇴원을 만류했다"며 "피해자가 사망하는 결과를 용인할 의사가 있었다고는 보이지 않아 살인죄가 아닌 살인방조죄로 처벌한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환자가 사망하는 결과가 발생하기까지 의사들의 고의는 인정되지만, 계획적으로 환자를 사망하게 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아니라 작위에 의한 살인 방조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어떤 범죄가 적극적 작위와 소극적 부작위에 의해 실현될 경우 행위자가 신체적 활동이나 물리적·화학적 작용을 통해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의 법익을 침해했다면 이는 작위에 의한 범죄로 보는 게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 법조계 "'작위 살인' 적용 의아" vs "인정 가능성 있어"
전문가들은 이씨와 조씨의 부작위 살인 혐의를 입증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작위 살인의 인정 여부를 놓고는 엇갈린 의견을 제시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흉기로 찌르거나 계곡 절벽에서 미는 행위가 없는 이번 사건에서 피고인들에게 작위에 의한 살인을 적용한 부분이 의아했다"며 "유사 사건에서 직접 살인을 인정한 판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심리 지배와 피해자 사망 간 인과관계를 주장할 것"이라며 "이 사건이 대법원까지 가서 검찰 주장대로 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가 인정되면 정신적 지배를 통한 간접 살인을 직접 살인으로 인정한 첫 판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한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는 "이번 사건 피고인들의 부작위 살인 혐의를 입증하기는 현재까지 언론을 통해 공개된 증거로 볼 때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이씨가 계곡에서 피해자에게 '뛰어내려'라고 말한 부분을 보라매병원 사건에서 한 대법원의 판단처럼 '신체적 활동'으로 보면 작위에 의한 살인이 인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
이 사건에서 실제 행위 없는 직접 살인죄가 최종 유죄로 확정되면 '가스라이팅'(심리 지배)을 통한 간접 살해도 직접 살해에 해당한다는 첫 판례가 돼 주목된다.
◇ 검찰, 가스라이팅-직접 살인 인과관계 입증 주력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재판에 넘겨진 이씨와 조씨에게는 살인·살인미수·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등 모두 3개 혐의가 적용됐다.
이 사건은 인천지법 형사15부(이규훈 부장판사)에 배당됐다.
이씨는 내연남인 조씨와 함께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 24분께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윤모(사망 당시 39세)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수영할 줄 모르는 윤씨에게 4m 높이의 바위에서 3m 깊이의 계곡물로 구조장비 없이 스스로 뛰어들게 해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애초 사건을 송치한 경찰은 피해자를 구조를 할 수 있는데도 일부러 하지 않아 살해했을 때 적용하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이들에게 적용했으나, 검찰은 직접 살해한 상황에 해당하는 '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바꿔 기소했다.
법이 금지한 행위를 직접 실행한 경우엔 '작위',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부작위'라고 한다.
쉽게 말해 직접 범행과 간접 범행이지만 둘 다 고의성이 있어야 한다.
검찰은 향후 재판에서 가스라이팅(심리 지배)→경제적 착취→남편 생명보험 가입→살인미수 2건→계곡 살인→보험금 수령 시도로 이어진 일련의 범행 과정을 설명하며 직접 살인죄를 입증하기로 했다.
윤씨를 경제적으로 착취해 온 이씨가 내연남과 함께 남편의 생명 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2차례 실패 끝에 살해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가 무죄로 선고될 것에 대비해 예비적으로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추가할 가능성도 있다.
◇ '작위 살인' 적용했던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
검찰이 간접 살해범에게 직접 살인죄를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는 1997년에 발생한 이른바 '보라매 병원'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병원에서 뇌수술을 받고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환자가 퇴원한 뒤 사망하자 치료비를 걱정해 퇴원을 요구한 환자의 아내뿐 아니라 퇴원을 승인한 전담 의사와 레지던트를 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공소장을 변경하지 않은 채 아내와 의사들의 행위를 작위가 아닌 부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인정했다.
이후 항소심과 대법원은 아내의 혐의는 1심 판단대로 유지했지만 의사들의 퇴원 행위는 살인 방조로 판단했다.
항소심 법원은 "의사들은 보호자의 요구에도 여러 차례 퇴원을 만류했다"며 "피해자가 사망하는 결과를 용인할 의사가 있었다고는 보이지 않아 살인죄가 아닌 살인방조죄로 처벌한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환자가 사망하는 결과가 발생하기까지 의사들의 고의는 인정되지만, 계획적으로 환자를 사망하게 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아니라 작위에 의한 살인 방조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어떤 범죄가 적극적 작위와 소극적 부작위에 의해 실현될 경우 행위자가 신체적 활동이나 물리적·화학적 작용을 통해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의 법익을 침해했다면 이는 작위에 의한 범죄로 보는 게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 법조계 "'작위 살인' 적용 의아" vs "인정 가능성 있어"
전문가들은 이씨와 조씨의 부작위 살인 혐의를 입증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작위 살인의 인정 여부를 놓고는 엇갈린 의견을 제시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흉기로 찌르거나 계곡 절벽에서 미는 행위가 없는 이번 사건에서 피고인들에게 작위에 의한 살인을 적용한 부분이 의아했다"며 "유사 사건에서 직접 살인을 인정한 판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심리 지배와 피해자 사망 간 인과관계를 주장할 것"이라며 "이 사건이 대법원까지 가서 검찰 주장대로 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가 인정되면 정신적 지배를 통한 간접 살인을 직접 살인으로 인정한 첫 판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한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는 "이번 사건 피고인들의 부작위 살인 혐의를 입증하기는 현재까지 언론을 통해 공개된 증거로 볼 때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이씨가 계곡에서 피해자에게 '뛰어내려'라고 말한 부분을 보라매병원 사건에서 한 대법원의 판단처럼 '신체적 활동'으로 보면 작위에 의한 살인이 인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