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동영상 게재 "정부, 조사해야"…태국군 "쿠데타 이전 찍힌 것"
쿠데타 미얀마 피란민 통로인데…임시교량 부순 태국군 논란
쿠데타 미얀마군을 피해 태국으로 건너오는 피란민들이 이용하던 임시 교량을 태국군이 부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인권단체인 '포티파이 라이츠'는 지난 3일 웹사이트에 해당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은 미얀마 동부 카렌주와 태국 북부 딱주를 가로지르는 강 위에 놓인 대나무로 만든 조그만 인도교를 태국군이 커다란 칼 등으로 부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카렌주에서는 지난해 2월 쿠데타 이후 미얀마군이 소수민족 무장단체 및 반군부 무장단체와 충돌하는 상황이 잦은데, 이 과정에서 아동들을 포함해 민간인들을 공격하고 살해하는 일들이 자행되고 있다.

영상에는 찍히지 않았지만, 카렌어를 사용하는 이들의 목소리와 아이의 울음소리도 들린다고 단체는 설명했다.

강 건너 태국 지역에 있던 태국군 한 명이 카렌주 쪽에서 이 영상을 찍고 있던 이를 향해 "뭘 찍는 거냐. 죽고 싶냐"며 위협하는 장면도 담겼다.

단체는 이 영상이 지난 3월 촬영됐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다리가 파괴되기 전인 올해 1월 이 다리를 이용해 45명가량의 여성과 아동 등이 태국으로 피란길에 오른 영상을 입수했다고도 덧붙였다.

이 단체는 태국 정부가 피란민들이 사용하는 국경을 가로지르는 임시 교량을 태국군이 파괴한 행위를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태국군은 다음날 성명을 내고 "해당 영상은 미얀마 내에서 (미얀마군과 반군부 세력 간) 싸움이 벌어지기 전에 찍힌 것이며, 이 인도교는 불법적인 것"이라고 반박했다고 동남아 뉴스 매체인 베나르 뉴스가 보도했다.

태국군은 "이 교량을 파괴한 것은 피란민과는 무관하며, 불법적인 단체가 범죄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라는 딱주 당국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렌주와 모에이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딱주에는 미얀마군의 폭력을 피해 강을 넘어 온 카렌족이 임시 난민촌 등에서 지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쿠데타 미얀마 피란민 통로인데…임시교량 부순 태국군 논란
지난 1월 딱주 난민촌에서 만난 카렌족 칠래(40)씨는 연합뉴스 기자에게 "미얀마군이 강가까지 쫓아 왔다"며 "미얀마군은 카렌족을 만나면 잡아간다.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총으로 모두 쏴버린다"며 가족과 함께 피란길에 오른 이유를 설명했다.

일부 인권단체는 태국 당국이 피란민들을 강제로 미얀마로 돌려보내 보복의 위협에 노출했다고 비판해 왔다.

그러면서 이는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 3조에 성문화된 '농르풀망 원칙'(망명자를 박해가 우려되는 지역으로 송환해선 안 된다는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태국 정부는 피란민 송환은 자발적 의사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진영 압승으로 끝난 2020년 11월 총선거를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2021년 2월에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는 계속해서 반군부 세력을 유혈 탄압하고 있다.

태국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군부에 의해 1천800명이 넘게 사망했고, 1만3천여 명이 체포·구금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