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건물 투자해 '잭팟'…국민연금 전략 또 통했다 [강영연의 뉴욕부동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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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왕의 꿈을 품은 '원 밴더빌트'
임대율 95%의 핫플레이스로 성장
국민연금 개발단계부터 참여해 수익 거둬
임대율 95%의 핫플레이스로 성장
국민연금 개발단계부터 참여해 수익 거둬
뉴욕 하면 떠오르는 것은 화려한 스카이라인과 야경입니다. 이 때문에 이를 즐길 수 있는 전망대 역시 뉴욕의 명소 중 하나죠.
뉴욕에는 총 5개의 전망대가 있습니다. 전통적인 강자로 꼽히는 곳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와 록펠러센터의 탑 오브 더 록입니다. 9.11 테러 이후 들어선 원 월드 트레이드센터의 전망대는 맨해튼 남쪽에 있어 브루클린까지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허드슨 야드의 엣지는 야외 전망대로는 가장 높습니다.
지난해 10월 개장한 서밋은 전망대 가장 힙한 곳으로 꼽힙니다. 요즘 감성이 반영된 곳이라는 평가받고 있습니다. 한 달 평균 7만 5000명이 이곳을 찾는데요. 통유리와 거울, 풍선 등으로 꾸며진 실내는 소셜미디어용 사진을 찍기 위한 방문자가 특히 많다고 합니다. (참고로 유리와 거울로 바닥까지 꾸며져 있어 치마를 입으면 입장이 안 됩니다.) 서밋이 있는 이 건물이 바로 원 밴더빌트 입니다. 건물에 들어간 밴더빌트라는 이름은 철도왕으로 불린 코닐리어스 밴더빌트에서 따온 것인데요. 그 가족이 투자한 것은 아니지만 그를 기리기 위해서 이름을 그렇게 붙였다고 합니다.
밴더빌트는 1913년 뉴욕 맨해튼의 그랜드센트럴 역을 만들어 철도와 운송 분야를 장악했습니다. 그랜드 센트럴은 뉴욕 시내와 외곽을 연결하며 주요한 거점 역할을 담당해왔습니다. 90년 전에 만들어진 건물임에도 지금도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고요. 가십걸 등 드라마 촬영장에서 BTS 신곡 발표 등 다양한 행사장소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설은 낙후됐고, 미드타운 이스트 전반에 대한 개발 필요성이 부각됐습니다. 그러면서 맨해튼 미드타운 이스트의 현대화 작업이 시작됐는데요. 이때 부동산 개발회사인 SL 그린 리얼티도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그랜드센트럴 인근에 고층 오피스 빌딩을 짓길 원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짓는 대신 2억2000만달러를 그랜드센트럴 터미널 업그레이드에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워낙 큰 공사다 보니 처음부터 매끄럽진 않았습니다. 2012년 처음으로 마천루를 짓겠다는 계획이 나왔지만 2013년 구역 조정이 실패한 후에 건설은 지연됐습니다. 결국 기공식은 2016년 가을에 열렸고, 2019년 9월 17일에 완공됐습니다.
그 결과 맨해튼 그랜드센트럴역에 2개의 지하철 출입구와 3개의 연결 계단 4000제곱피트 규모의 대합실을 신설하는 개보수가 진행됐습니다. 개발 당시 개발사인 SL 그린 리얼티는 이 공사가 완료되면 노선별로 시간당 1개 기차를 추가로 운행할 수 있어 평균 1100명의 승객이 그랜드센트럴역을 더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었습니다. 이 건물은 2020년 9월 14일 개장했는데요. 427m로 현재 뉴욕에서 4번째로 높은 건물입니다. 건설 당시에는 2번째였는데, 더 높은 건물들이 올라가면서 4번째로 내려앉았다고 하네요. 공사에 들어간 돈만 33억달러(약 4조656억원)에 달하는데요. 맨해튼에 몇 안 되는 트로피 에셋으로 분류됩니다. 트로피 에셋은 완공 후 가치가 35억달러에 달하는, 건물 등급 중 최상위입니다. 단일건물로 30억 달러가 넘는 가치를 가지는 빌딩은 맨해튼 안에도 많지 않다고 합니다.
특히 원 밴더빌트가 관심을 끄는 것은 여기에 한국의 국민연금이 투자했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은 2017년 이 건물의 지분 28% 정도를 인수했습니다. 투자 당시 국민연금의 해외부동산 중 개발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같은 행보는 도심지에 완공된 건물에 투자하는 코어 전략, 일시적 이유로 공실률이 높거나 가격이 내려간 건물에 투자하는 코어+ 전략을 주로 활용하던 국내 연기금들과 다른 선택이었습니다. 국민연금이 단행한 빌드 투 코어는 수년간의 공사 기간 중 발생할 수 있는 완공 위험(리스크)과 임차인 확보 리스크를 안아야 합니다. 물론 완공 자산에 비해 낮은 가격에 인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고위험, 고수익 전략인 셈입니다.
전략은 성공했습니다. 밴더빌트는 현재는 95% 이상의 임대율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사실상 만실이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평가입니다. 임대료도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연간 임대료가 1제곱피트당 322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역대 최고치라고 합니다.
맨해튼 정중앙의 가로지르는 42번가에 있고, 교통 요지인 그랜드 센트럴과 맞닿아 있습니다. 뉴욕 맨해튼으로 통근을 하는 사람들 특히 도시의 북쪽에 있는 호화로운 교외에서 메트로-노스를 타는 사람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회사인 JLL의 신시아 바세르베르거 전무는 "직원의 편의를 원하는 고용주들에게 이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드타운 이스트 지역은 5년 전만 해도 개발 제한 구역이 많았고 이 때문에 사무실 대부분이 낡았습니다. 신축에 팬데믹 이후 세입자들의 수요에 맞는 설계를 갖추고 있는 원 밴더빌트만 한 곳이 없다는 뜻입니다. 원 밴더빌트는 기둥이 없는 공간과 바이러스에 지친 근로자를 위해 현대적인 환기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성공적인 투자를 한 국민연금은 지난해 일부 지분을 팔아 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분을 7%포인트 정도를 줄였고, 이를 다시 뉴욕의 원메디슨 지분을 사는데 투자했다고 합니다.
국민연금은 "맨해튼 내 ‘트로피 오피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보이나 이런 자산들은 기존 투자자들이 장기 보유하는 경우가 많고 매입 기회가 생겨도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며 "개발 초기 단계에 투자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장기 보유할 수 있는 핵심 자산을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뉴욕=강영연 특파원 yykang@hankyung.com
뉴욕에는 총 5개의 전망대가 있습니다. 전통적인 강자로 꼽히는 곳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와 록펠러센터의 탑 오브 더 록입니다. 9.11 테러 이후 들어선 원 월드 트레이드센터의 전망대는 맨해튼 남쪽에 있어 브루클린까지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허드슨 야드의 엣지는 야외 전망대로는 가장 높습니다.
지난해 10월 개장한 서밋은 전망대 가장 힙한 곳으로 꼽힙니다. 요즘 감성이 반영된 곳이라는 평가받고 있습니다. 한 달 평균 7만 5000명이 이곳을 찾는데요. 통유리와 거울, 풍선 등으로 꾸며진 실내는 소셜미디어용 사진을 찍기 위한 방문자가 특히 많다고 합니다. (참고로 유리와 거울로 바닥까지 꾸며져 있어 치마를 입으면 입장이 안 됩니다.) 서밋이 있는 이 건물이 바로 원 밴더빌트 입니다. 건물에 들어간 밴더빌트라는 이름은 철도왕으로 불린 코닐리어스 밴더빌트에서 따온 것인데요. 그 가족이 투자한 것은 아니지만 그를 기리기 위해서 이름을 그렇게 붙였다고 합니다.
밴더빌트는 1913년 뉴욕 맨해튼의 그랜드센트럴 역을 만들어 철도와 운송 분야를 장악했습니다. 그랜드 센트럴은 뉴욕 시내와 외곽을 연결하며 주요한 거점 역할을 담당해왔습니다. 90년 전에 만들어진 건물임에도 지금도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고요. 가십걸 등 드라마 촬영장에서 BTS 신곡 발표 등 다양한 행사장소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설은 낙후됐고, 미드타운 이스트 전반에 대한 개발 필요성이 부각됐습니다. 그러면서 맨해튼 미드타운 이스트의 현대화 작업이 시작됐는데요. 이때 부동산 개발회사인 SL 그린 리얼티도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그랜드센트럴 인근에 고층 오피스 빌딩을 짓길 원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짓는 대신 2억2000만달러를 그랜드센트럴 터미널 업그레이드에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워낙 큰 공사다 보니 처음부터 매끄럽진 않았습니다. 2012년 처음으로 마천루를 짓겠다는 계획이 나왔지만 2013년 구역 조정이 실패한 후에 건설은 지연됐습니다. 결국 기공식은 2016년 가을에 열렸고, 2019년 9월 17일에 완공됐습니다.
그 결과 맨해튼 그랜드센트럴역에 2개의 지하철 출입구와 3개의 연결 계단 4000제곱피트 규모의 대합실을 신설하는 개보수가 진행됐습니다. 개발 당시 개발사인 SL 그린 리얼티는 이 공사가 완료되면 노선별로 시간당 1개 기차를 추가로 운행할 수 있어 평균 1100명의 승객이 그랜드센트럴역을 더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었습니다. 이 건물은 2020년 9월 14일 개장했는데요. 427m로 현재 뉴욕에서 4번째로 높은 건물입니다. 건설 당시에는 2번째였는데, 더 높은 건물들이 올라가면서 4번째로 내려앉았다고 하네요. 공사에 들어간 돈만 33억달러(약 4조656억원)에 달하는데요. 맨해튼에 몇 안 되는 트로피 에셋으로 분류됩니다. 트로피 에셋은 완공 후 가치가 35억달러에 달하는, 건물 등급 중 최상위입니다. 단일건물로 30억 달러가 넘는 가치를 가지는 빌딩은 맨해튼 안에도 많지 않다고 합니다.
특히 원 밴더빌트가 관심을 끄는 것은 여기에 한국의 국민연금이 투자했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은 2017년 이 건물의 지분 28% 정도를 인수했습니다. 투자 당시 국민연금의 해외부동산 중 개발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같은 행보는 도심지에 완공된 건물에 투자하는 코어 전략, 일시적 이유로 공실률이 높거나 가격이 내려간 건물에 투자하는 코어+ 전략을 주로 활용하던 국내 연기금들과 다른 선택이었습니다. 국민연금이 단행한 빌드 투 코어는 수년간의 공사 기간 중 발생할 수 있는 완공 위험(리스크)과 임차인 확보 리스크를 안아야 합니다. 물론 완공 자산에 비해 낮은 가격에 인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고위험, 고수익 전략인 셈입니다.
전략은 성공했습니다. 밴더빌트는 현재는 95% 이상의 임대율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사실상 만실이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평가입니다. 임대료도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연간 임대료가 1제곱피트당 322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역대 최고치라고 합니다.
맨해튼 정중앙의 가로지르는 42번가에 있고, 교통 요지인 그랜드 센트럴과 맞닿아 있습니다. 뉴욕 맨해튼으로 통근을 하는 사람들 특히 도시의 북쪽에 있는 호화로운 교외에서 메트로-노스를 타는 사람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회사인 JLL의 신시아 바세르베르거 전무는 "직원의 편의를 원하는 고용주들에게 이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드타운 이스트 지역은 5년 전만 해도 개발 제한 구역이 많았고 이 때문에 사무실 대부분이 낡았습니다. 신축에 팬데믹 이후 세입자들의 수요에 맞는 설계를 갖추고 있는 원 밴더빌트만 한 곳이 없다는 뜻입니다. 원 밴더빌트는 기둥이 없는 공간과 바이러스에 지친 근로자를 위해 현대적인 환기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성공적인 투자를 한 국민연금은 지난해 일부 지분을 팔아 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분을 7%포인트 정도를 줄였고, 이를 다시 뉴욕의 원메디슨 지분을 사는데 투자했다고 합니다.
국민연금은 "맨해튼 내 ‘트로피 오피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보이나 이런 자산들은 기존 투자자들이 장기 보유하는 경우가 많고 매입 기회가 생겨도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며 "개발 초기 단계에 투자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장기 보유할 수 있는 핵심 자산을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뉴욕=강영연 특파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