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식장 잡기 "하늘의 별 따기"
늦깎이 신혼여행 수요도 폭발
대형 전시장 "가을까지 꽉 차"
어린이날인 5일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잠실 더비’가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 1회초 두산 베어스 5번 타자 허경민의 적시타가 2루와 3루 사이를 뚫었다. 2·3루 주자가 전력질주해 홈을 통과했다. 마스크를 벗고 얼굴 전체에 페이스페인팅을 한 아이들과 맥주를 손에 꽉 쥔 야구팬들의 함성이 진동했다. 두 팀의 어린이날 맞대결은 2008년부터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까지 12년 연속 매진 기록을 세운 빅 이벤트. 이날 잠실야구장은 2019년 9월 이후 처음으로 정규시즌 2만5000석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치킨집 앞엔 긴 줄이 늘어섰다. 가족과 나들이를 온 두산 베어스 어린이 팬 윤하영 양(7)은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건 태어나 처음 본다”며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날”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콘택트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스포츠 티켓은 물론 해외여행 항공권 등이 잇따라 매진되고 있다.
서울 잠실경기장뿐만 아니라 같은 날 경기가 열린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와 광주 챔피언스필드 입장권도 2만 장 가까이 팔려나갔다. 인천 SSG랜더스필드와 경기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도 만석에 가까운 인파가 몰렸다.
결혼식장 수요도 폭발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로 미루던 대기 수요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다. 국내 최대 예식장 운영업체 아펠가모는 운영 중인 전국 예식장의 올해 예약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0%가량 급증했다. 단독홀로 운영해 예비부부가 선호하는 서울 중구 L웨딩홀 관계자는 “상담 예약이 너무 밀려 지금 등록하면 1주일 뒤에나 매니저와 함께 식장을 둘러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웨딩홀은 연말까지 예약이 꽉 찬 상태다.
코로나19로 미뤄온 결혼식을 준비 중인 엄모씨(39)는 “마음에 둔 서울 시내 예식장 세 곳은 연말까지 예약이 꽉 찼고 차순위로 생각한 곳도 내년 5월까지 주말 점심시간은 꽉 차 있다”며 “내년까지 결혼식을 미룰 수 없는데, 마음이 급하다”고 했다.
5월로 들어서면서 해외여행 항공편은 연일 만석이다. 4~5일 미국령 괌으로 향한 대한항공 항공편은 비즈니스석까지 자리가 모두 채워졌다. 휴가철인 6~8월 하와이행 항공권도 저렴한 티켓 기준으로 2019년 100만원 정도이던 운임이 150만원 이상으로 올랐음에도 예약이 50%가량 찼다. 코로나19 사태로 미룬 신혼여행을 떠나려는 수요가 상당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지난달 신혼여행 상품 판매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월 대비 70% 수준까지 회복됐다.
국내 여행 수요도 살아나고 있다. 이날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5일부터 8일까지 이어지는 연휴 기간 서울~제주 항공기 평균 예약률은 90%를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70%대에 불과했다. 특히 어린이날인 5일 예약률은 95%로 만석에 가까웠다.
대규모 전시회 등의 행사가 열리는 컨벤션센터와 콘퍼런스홀 예약도 빠르게 채워지고 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와 경기 고양 킨텍스 등의 예약은 취소가 나와야지만 가능한 상황이다. 한 이벤트 대행사 관계자는 “코엑스는 올해 주말을 낀 전시장 대관 일정은 이미 가득 찼고 평일 행사도 9~11월 성수기엔 자리를 찾기 어렵다”며 “설명회·강연회를 하는 콘퍼런스홀도 며칠 새 선점되는 경우가 많아 행사 기획을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소현/이광식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