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도 유대인" 발언 관련 이스라엘 반발에 재반박
"이스라엘, 더 적극적인 우크라 지원 나설 듯" 관측도
러시아 "이스라엘이 신나치주의자 지원"…양국 갈등 고조
아돌프 히틀러를 유대인 혈통이라고 한 발언으로 촉발된 러시아와 이스라엘의 갈등이 진정되기는커녕 오히려 고조되면서 그동안 전쟁에서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던 이스라엘의 태도 변화가 주목된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반역사적 발언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대인인데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가 전쟁 명분이 될 수 있나'라는 질문에 "히틀러도 유대인 혈통"이라고 답해 이스라엘의 큰 반발을 샀다.

이에 라피드 장관이 성명을 내고 "유대인은 홀로코스트에서 스스로를 죽이지 않았다"며 "용납할 수 없는 터무니 없는 발언이자 끔찍한 역사적 오류"라고 직격했는데, 러시아는 오히려 라피드 장관이 역사에 맞지 않는 말을 하고 있다고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어 "(라피드 장관의 발언은) 이스라엘 정부가 키이우의 신나치주의자들을 지원하는 것을 설명해준다"고 비난했다.

나아가 러시아 외무부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유대인 배경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나치즘을 조장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교활한 것"이라고도 했다.

외무부는 "불행히도 역사적으로 유대인과 나치의 협력 사례가 있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유대인 배경은 그 나라에 만연한 신나치주의에 대한 비난에서 자유롭게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극단적인 반유대주의를 조장한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이스라엘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서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으려 노력했으나, 이번 갈등이 격화하면서 이스라엘의 태도가 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 "이스라엘이 신나치주의자 지원"…양국 갈등 고조
지금까지 이스라엘은 이란이 자국 인근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것을 막기 위해 시리아 남부에서 이란과 이란의 후원을 받는 세력을 공격하면서 은근히 러시아의 눈치를 봐왔다.

러시아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정권을 군사적으로 후원해 왔으나 이스라엘의 이런 공격을 눈감아왔고,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도 러시아와 직접 충돌하는 것은 피해왔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에 야전 병원을 세워주거나 헬멧 등 보호장구 정도만 지원하고 무기 제공에는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전쟁이 길어지고 러시아군의 전쟁범죄 혐의도 드러나면서 가뜩이나 이스라엘에서는 우크라이나에 좀더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현지 언론에선 이스라엘 정부가 이번 외교분쟁을 계기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구체적인 지원 물품 리스트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