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 대신 소리로 그린다…두 개의 음이 빚은 '공명 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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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비어, 타데우스로팍 서울서 국내 첫 개인전
"이들 회화(painting)를 작업할 때 붓을 전혀 들지 않았어요.
음(音, note)을 붓처럼 사용한 거죠"
영국 현대미술가 올리버 비어(37)가 전시한 회화 18점은 얼핏 단색화처럼 보인다.
푸른색 안료가 흰 캔버스 위에서 물결치고, 기하학적 무늬를 구성한다.
수채화 물감이 번진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붓질의 흔적은 없다.
올리버 비어가 '공명 회화(Resonance Painting)'라고 정의한 이 그림들은 음파로 그려낸다.
작가는 빈 곳에서 나오는 공명을 활용한다.
공명으로 발생한 음 두 개를 조화시켜 제3의 음을 빚어낸다.
이 음들로 만든 음악을 재생하면 큰 스피커 위에 수평으로 놓인 캔버스는 북의 막처럼 기능한다.
캔버스 천이 음파에 따라 진동하면 위에 뿌려둔 안료들이 이동하면서 그림을 그려내는 것이다.
캔버스 위에서 물감을 뿌리거나 흩트리는 방법과 결과는 비슷할 수 있지만, 음파를 캔버스 뒷면에 진동시킨다는 점에서 그의 작업은 차별된다.
2009년 아일랜드 드럼 위에 밀가루를 올려 두고 소리의 구상적 가능성을 실험한 이후 음악적 조화를 시각화하는 작업을 이어왔다고 한다.
런던과 파리를 오가며 활동하는 올리버 비어의 첫 국내 개인전 '공명-두 개의 음'이 서울 용산구 타데우스로팍 서울에서 4일 개막했다.
개막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는 '공명 회화'를 "소리 조형물"이라고 정의하면서 "모든 작품은 한 쌍의 음으로 만들어 낸 소리로 작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음악으로 출발한 이미지는 현대 추상화의 모습과 점차 닮아가는 것이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영국 현대음악아카데미에서 작곡학사를 받은 그는 옥스퍼드대 러스킨예술대학에서 순수예술을 전공하고서 프랑스로 건너가 소르본대에서 영화 이론을 배웠다.
이런 학업을 바탕으로 작가는 조각, 설치 작품, 영상, 퍼포먼스 등 장르를 넘나들면서 융합적 실험을 선보인다.
전시장 3면에 걸린 '공명 회화'들은 중앙에 놓인 설치작품 '공명 관(Resonance Vessels)'과 조화를 이룬다.
한 쌍의 청화백자로 구성된 이 작품 3점은 시각화되기 전의 소리를 관람객들에게 들려준다.
도자기 안에 설치된 마이크는 공간이 만든 공명을 증폭시키며, 도자기 2개가 각각 내는 소리는 또 한 번 공명을 이룬다.
올리버 비어는 이번 전시를 위해 다양한 지역의 청화백자들을 선정했다고 한다.
그는 "청백색 도자기에 쓰인 산화코발트 안료는 이란에서 시작돼 터키를 거쳐 동아시아, 유럽 등으로 퍼져나갔다"며 "그것들은 우리가 모두 공유하는 공통적 시각언어의 일부가 됐다.
모든 도자기에는 '음'이 내재했음을 알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전시 기간 매주 토요일에는 사람 2명이 만드는 공명 퍼포먼스 '입을 위한 작곡'이 진행된다.
그가 2018년 호주 시드니 비엔날레 때 처음 시도한 이 작업은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
그는 "도자기나 사람의 몸은 비어 있는 곳이 있어서 음악적 특성은 같다"며 "두 사람이 입술을 완전히 밀착해서 몸 안에서 공명된 음을 코를 통해서만 몸 밖으로 나가게 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퍼포먼스도 두 사람이 각각 내는 음을 마주 시켜 제3의 음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공명(resonance)이란 단어는 소통한다는 뜻도 있다"며 소리의 조화가 불가능한 팬데믹 시대를 살면서 소통에 의미를 두고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전시실에는 '2차원 조각'들을 선보인다.
여러 물체를 사각 틀 안에 두고 레진을 부어 고정한 뒤 얇게 잘라낸 2차원 조각 작품의 주제도 '음'이다.
공명을 일으킨 도자기 조각과 악보 등이 레진에 갇혀있다.
2차원 조각도 작가의 대표적 작업 방식이다.
기존에는 악기를 단면으로 잘라 흰색 레진으로 고정했지만, 서울에선 검은색 안료를 섞어 시간의 깊이를 표현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검은 레진 속에 묻힌 듯한 도자기 조각들은 흑백 필름에 담긴 피사체처럼 보인다.
그는 "도자기들이 부서지지 않았더라면 영원히 음을 만들어 냈을 것"이라며 "연약하고도 덧없이 사라지는 소리를 보존하기 위해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다음 달 11일까지. /연합뉴스
음(音, note)을 붓처럼 사용한 거죠"
영국 현대미술가 올리버 비어(37)가 전시한 회화 18점은 얼핏 단색화처럼 보인다.
푸른색 안료가 흰 캔버스 위에서 물결치고, 기하학적 무늬를 구성한다.
수채화 물감이 번진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붓질의 흔적은 없다.
올리버 비어가 '공명 회화(Resonance Painting)'라고 정의한 이 그림들은 음파로 그려낸다.
작가는 빈 곳에서 나오는 공명을 활용한다.
공명으로 발생한 음 두 개를 조화시켜 제3의 음을 빚어낸다.
이 음들로 만든 음악을 재생하면 큰 스피커 위에 수평으로 놓인 캔버스는 북의 막처럼 기능한다.
캔버스 천이 음파에 따라 진동하면 위에 뿌려둔 안료들이 이동하면서 그림을 그려내는 것이다.
캔버스 위에서 물감을 뿌리거나 흩트리는 방법과 결과는 비슷할 수 있지만, 음파를 캔버스 뒷면에 진동시킨다는 점에서 그의 작업은 차별된다.
2009년 아일랜드 드럼 위에 밀가루를 올려 두고 소리의 구상적 가능성을 실험한 이후 음악적 조화를 시각화하는 작업을 이어왔다고 한다.
런던과 파리를 오가며 활동하는 올리버 비어의 첫 국내 개인전 '공명-두 개의 음'이 서울 용산구 타데우스로팍 서울에서 4일 개막했다.
개막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는 '공명 회화'를 "소리 조형물"이라고 정의하면서 "모든 작품은 한 쌍의 음으로 만들어 낸 소리로 작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음악으로 출발한 이미지는 현대 추상화의 모습과 점차 닮아가는 것이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영국 현대음악아카데미에서 작곡학사를 받은 그는 옥스퍼드대 러스킨예술대학에서 순수예술을 전공하고서 프랑스로 건너가 소르본대에서 영화 이론을 배웠다.
이런 학업을 바탕으로 작가는 조각, 설치 작품, 영상, 퍼포먼스 등 장르를 넘나들면서 융합적 실험을 선보인다.
전시장 3면에 걸린 '공명 회화'들은 중앙에 놓인 설치작품 '공명 관(Resonance Vessels)'과 조화를 이룬다.
한 쌍의 청화백자로 구성된 이 작품 3점은 시각화되기 전의 소리를 관람객들에게 들려준다.
도자기 안에 설치된 마이크는 공간이 만든 공명을 증폭시키며, 도자기 2개가 각각 내는 소리는 또 한 번 공명을 이룬다.
올리버 비어는 이번 전시를 위해 다양한 지역의 청화백자들을 선정했다고 한다.
그는 "청백색 도자기에 쓰인 산화코발트 안료는 이란에서 시작돼 터키를 거쳐 동아시아, 유럽 등으로 퍼져나갔다"며 "그것들은 우리가 모두 공유하는 공통적 시각언어의 일부가 됐다.
모든 도자기에는 '음'이 내재했음을 알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전시 기간 매주 토요일에는 사람 2명이 만드는 공명 퍼포먼스 '입을 위한 작곡'이 진행된다.
그가 2018년 호주 시드니 비엔날레 때 처음 시도한 이 작업은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
그는 "도자기나 사람의 몸은 비어 있는 곳이 있어서 음악적 특성은 같다"며 "두 사람이 입술을 완전히 밀착해서 몸 안에서 공명된 음을 코를 통해서만 몸 밖으로 나가게 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퍼포먼스도 두 사람이 각각 내는 음을 마주 시켜 제3의 음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공명(resonance)이란 단어는 소통한다는 뜻도 있다"며 소리의 조화가 불가능한 팬데믹 시대를 살면서 소통에 의미를 두고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전시실에는 '2차원 조각'들을 선보인다.
여러 물체를 사각 틀 안에 두고 레진을 부어 고정한 뒤 얇게 잘라낸 2차원 조각 작품의 주제도 '음'이다.
공명을 일으킨 도자기 조각과 악보 등이 레진에 갇혀있다.
2차원 조각도 작가의 대표적 작업 방식이다.
기존에는 악기를 단면으로 잘라 흰색 레진으로 고정했지만, 서울에선 검은색 안료를 섞어 시간의 깊이를 표현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검은 레진 속에 묻힌 듯한 도자기 조각들은 흑백 필름에 담긴 피사체처럼 보인다.
그는 "도자기들이 부서지지 않았더라면 영원히 음을 만들어 냈을 것"이라며 "연약하고도 덧없이 사라지는 소리를 보존하기 위해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다음 달 11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