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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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임금·저출산으로 사양길에 접어든 완구업계가 재기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영화 및 애니메이션에 팬덤을 가진 키덜드(키즈+어덜트) 소비자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거나 NFT 등 최신 정보기술(IT)과 관련된 완구 제품을 개발하는 게 좋은 예다. 하나의 성공적인 콘텐츠를 다양한 사업 분야에 응용하는 '원소스 멀티유스' 전략이 완구업계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금형 제작 및 사출 성형, 봉제 등이 핵심인 완구 제조업은 대표적인 노동 집약 산업으로 분류된다. 국내 완구 제조업은 저임금 노동력을 바탕으로 1990년 수출 세계 3위에 오를 정도로 경쟁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국내 임금이 급격히 오르면서 대부분 업체가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거나 문을 닫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1987년 732개였던 국내 완구제조업체는 1992년 266개까지 줄었다.

2000년대 이후 국내 출생아 수가 급감하면서 내수 시장의 성장세가 멈춰 선 것도 완구업계에 직격타가 됐다. 주요 완구 회사들은 기존 완구 제조기업 타이틀을 내던지고 캐릭터 콘텐츠 및 완구 유통 회사로 속속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파급 효과가 큰 원소스 멀티유스 전략을 실현할 중점 콘텐츠를 발굴·개발하는 데 완구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던 터였다.

완구기업 손오공이 2000년대 초 선보인 팽이 장난감 '탑블레이드'는 원소스 멀티유스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손오공은 탑블레이드 TV 애니메이션 제작비 60억원 중 20억원을 투자할 정도로 콘텐츠 제작에 공을 들였다. 이 애니메이션이 공중파 방송에서 대박을 터뜨리면서 탑블레이드 완구 제품의 판매량도 연간 수백만 개에 달할 정도로 공전의 히트를 쳤다.

손오공은 현재 글로벌 완구기업 마텔과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맺는 등 유통사업에 주력하는 한편 원소스 멀티유스 전략을 여전히 사업의 핵심 틀로 가져가고 있다. 다음달 헐리우드 영화 '쥬라기월드'의 새 시리즈 개봉을 앞두고 쥬라기월드 글로벌 공식 완구를 출시한 것도 그 일환이다. 손오공 관계자는 "완구업계의 타깃 소비층은 어린이에서 어른을 아우르는 키덜트로 확대됐다"며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영화,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콘텐츠 산업과 완구 산업의 시너지를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81년 봉제인형 제조업체로 출발한 오로라월드도 원소스 멀티유스 전략을 통해 국내 대표 캐릭터 완구 기업으로 성장한 케이스다. 1990년대 초부터 자체 캐릭터 개발에 뛰어든 이 업체는 2007년 출시한 동물 캐릭터 '유후와 친구들'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성장 발판을 다졌다. 유후와 친구들은 80여 개국에서 TV 애니메이션 방영됐으며, 관련 완구 제품의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1억 개를 웃돈다.

CJ ENM의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 시리즈, 더핑크퐁컴퍼니의 '핑크퐁 아기상어' 등 인기 캐릭터의 판권을 빌려 완구를 제조·판매하는 캐릭터 라이선스 사업도 오로라월드의 주력 사업이다. 이 업체는 최근 클레이튼 기반의 P2E(play to earn) 게임 '쉽팜인메타랜드' 개발업체와 협업에도 나섰다. 게임 유저가 소유한 메타버스 게임 속 디지털 NFT를 실물 피규어로 개발해 게임 유저에게 제공하는 게 목표다.

완구기업 영실업도 출시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꾸준한 사랑을 받는 캐릭터를 완구 제품으로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올해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콩순이 시리즈의 인기 제품인 '콩순이 말하는 냉장고', '척척박사 우유와 뉴 콩순이 냉장고' 등을 리뉴얼해 내놓았다. 이 회사의 콩순이 캐릭터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콩순이 신상'을 기다린다" 얘기가 흔하게 올라올 만큼 20여 년 동안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