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특별조치법 '1년 시한' 넘겨 국가·지자체 등기돼…"원인무효"
농지개혁 때 뒤늦게 국유등기된 땅…대법 "원래 주인 돌려줘야"
1950년대 농지개혁 때 분배가 완료되지 않은 토지가 법령이 정한 분배 완료 시점 이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소유로 등기됐다면 해당 등기는 무효이므로 원래 소유자의 소유권이 회복돼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A 재단이 대한민국과 제주도를 상대로 낸 소유권 말소등기 소송 상고심에서 재단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사건의 발단은 농지개혁이 실시된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A 재단은 약 8만㎡(2만4천200평) 넓이 밭·임야·잡종지·도로 등의 사정명의인(일제시대 토지조사부에 기재된 토지주인)이었는데, 농지개혁법에 따라 4천200여㎡를 제외한 나머지 토지는 정부에 매수된 뒤 농민들에게 분배됐다.

그러나 농민들은 유상분배된 농지의 대가 상환을 마치지 못하거나 수분배(분배받음)를 포기해 1968년까지 분배는 완료되지 않고 있었다.

이 토지들의 소유자가 바뀐 것은 1970년 이후다.

정부는 A 재단 명의로 소유권 보존등기를 한 다음 정부 명의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고, 남은 4천200여㎡는 소유권 보존등기를 했다.

제주도는 정부로부터 일부 토지(약 1천500㎡)의 소유권을 이전받아 등기했다.

A 재단 측은 2019년 토지 소유권이 자신들에게 있으므로 대한민국과 제주도 명의의 등기는 무효라고 주장하며 말소등기 절차의 이행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법정에서의 쟁점은 제주도가 정부로부터 이전받은 토지의 소유권 문제였다.

판례에 따르면 분배 농지의 소유권은 분배받은 농민이 권리를 포기하거나 대가를 상환하지 않는 경우 원래 소유자에게 자동 복귀된다.

이번 사건을 놓고 보면 농민들의 권리 포기로 매매계약이 해제됐기 때문에 원소유자인 A 재단으로 소유권이 돌아가는 것이다.

민법 548조 1항은 당사자 일방이 계약을 해제할 경우 상대방에 대한 원상회복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면서, 이때 제3자의 권리를 해쳐서는 안 된다는 단서를 붙였다.

계약 해제 조건이 성취돼 무효가 됐다면 매수인(정부)으로부터 목적물(토지)을 취득한 제3자(제주도)가 보호받을 수 있는지에 관한 민법상 명문 규정은 없다.

이에 정부와 제주도는 민법 548조 1항의 단서규정을 유추해 적용하면 제주도는 '선의의 제3자'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A 재단의 소유권이 회복돼야 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1968년 3월 농지개혁을 조속히 종결하기 위해 시행된 '농지개혁사업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은 시행일 1년 뒤를 시한으로 정해 미분배 토지의 분배를 마치라고 규정했는데, 정부는 1년 시한을 넘겨 국가 매수 조치가 해제된 시점에 이번 사건의 토지들을 등기했으므로 이 등기는 처음부터 무효이고 A 재단에 토지 소유권이 돌아갔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원인무효 등기에 터 잡아 소유권이전 등기를 마친 제주도는 '계약 해제로 인한 제3자 보호법리'가 유추 적용될 수 있는 제3자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대법원 역시 같은 판단을 내리고 A 재단의 승소를 확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