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이더 장인' 김광현의 뚝심…"직구 말고 슬라이더 사인 내"
김광현(34·SSG 랜더스)이 3일 한화 이글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투수로 출전해 시즌 4번째 승리를 챙기면서 역대 6번째로 KBO리그 140승 고지를 밟았다.

메이저리그에서 거둔 10승을 보태 한·미 통산 150승의 금자탑도 쌓았다.

김광현은 이날 최고 구속 140㎞ 달하는 슬라이더를 앞세워 7이닝 7피안타 8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4-2 승리를 이끌었다.

7회까지 던진 98개의 공 중 44개(44.9%)가 슬라이더였고, 21개의 아웃 카운트 중 13개(61.9%)를 슬라이더로 잡았다.

3회초 한화 타자들이 슬라이더를 노려 연속 안타를 쳐내 실점한 뒤 직구의 비중을 높였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슬라이더로 타자를 요리했다.

특히 6회초 선두 타자 터크먼이 우익수 앞 안타, 노시환이 3루수 내야 안타로 출루하면서 무사 1, 2루 위기를 맞았을 때 슬라이더로 위기를 벗어나는 장면이 백미였다.

김태연의 희생번트 실패로 한숨을 돌린 뒤 김광현은 포수 이흥련을 마운드로 불러내 한참을 이야기했다.

이후 하주석에게 슬라이더 3개를 던진 끝에 3루수 땅볼을 유도했고, 이진영도 슬라이더 3개만으로 삼진을 잡아냈다.

경기 후 김광현은 이때 상황을 취재진에 설명했다.

이흥련이 직구 사인을 내자 슬라이더로 승부를 내자고 다독였다고 한다.

김광현은 "하주석 타석 때 이흥련이 직구 사인을 내서 고개를 흔들고 슬라이더를 던졌더니 헛스윙을 하더라. 그런데도 다음 구에 또 직구 사인을 내길래 마운드로 불러서 슬라이더를 던지겠다고 말했다"며 "결과적으로 슬라이더 3개를 던져서 땅볼을 유도했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7회에도 볼넷과 빗맞은 안타로 2사 1, 3루 위기를 맞았지만 후속타자 마이크 터크먼에게 슬라이더를 던져 또다시 땅볼을 유도해 이닝을 마무리했다.

결과적으로 이흥련이 김광현의 의견을 따르면서 이뤄낸 결과였다.

김광현은 "이흥련과 매 이닝 끝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이 승리의 비결"이라면서 "경기를 운영해 가는 데 있어서 (이)흥련이가 많이 성장한 것 같다"고 칭찬했다.

올 시즌 5경기에 출전해 4승을 올린 김광현은 17승을 거둔 2010년과 2019년에 비견할 만한 활약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김광현은 2010년과 2019년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김광현은 "그때와 다르게 지금은 흔들릴 때 나 자신을 다스리는 방법을 잘 안다"면서 "당시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는데 지금은 여유도 있고 화가 났을 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줄 아는 지혜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통산 140승에 만족하지 않겠다는 야망도 드러냈다.

김광현은 "140승에 대해선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며 "한국에 돌아온 이유 중 하나가 대기록에 도전하기 위함이었고 아직 갈 길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에서 제일 많이 이긴 투수로 기억되고 싶다"며 "내가 나오면 팀이 이긴다는 자신감을 팀과 팬들에게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