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사진=뉴스1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사진)가 3일 자진 사퇴했다. 지난달 13일 후보자로 내정된 지 20일 만이다. 윤석열 정부 장관 후보자 가운데 첫 낙마 사례가 나오면서 새 정부 초기 내각 구성과 국정 운영에 차질이 예상된다.

김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차려진 서울 여의도 교육안전시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직을 사퇴한다”며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마지막 봉사를 통해 돌려드리고 싶었지만 많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해명도 하지 않겠다”며 “저를 믿고 중책을 맡겨주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께 죄송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사퇴 이유에 대해 “가족의 미래까지 낱낱이 매도당할 수 있다는 염려가 있었다”며 “사랑하는 제자들까지 청문 증언대에 불러내는 가혹함을 없애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해왔지만, 논문 표절 의혹과 논문 심사 과정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증언이 나오자 청문회를 사흘 앞두고 결국 사퇴했다. 김 후보자가 과거 고급 유흥주점에서 접대를 받으며 제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심사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게 결정타가 됐다. 제자의 논문을 표절해 학회지에 발표했다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됐다.

김 후보자에 대한 논란은 내정 직후부터 끊이지 않았다. 김 후보자의 부인과 아들·딸 모두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 미국 대학에서 일하거나 공부한 사실이 드러나며 ‘아빠 찬스’ ‘남편 찬스’ 등의 의혹이 일었다. 또 한국외국어대 총장 시절 회계부정으로 검찰 수사를 받은 점, 학생들에게 막말을 했던 점, 총장 재직 시절 대기업 사외이사를 겸직한 것 등도 논란이 됐다.

김 후보자의 낙마는 윤 당선인 측의 인사 부실 검증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력과 능력을 중시한 인사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기본적인 검증에도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과 상식’을 핵심 국정 목표로 내건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교육수장 후보자가 불공정 논란으로 낙마한 게 더 큰 문제라는 얘기도 나온다.

새 정부 출범을 불과 1주일 앞두고 새로운 후보자를 내정해 인사청문회를 통과시켜야 하는 것도 큰 부담이다. 김 후보자와 함께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정철영 서울대 농산업교육과 교수,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 나승일 전 교육부 차관 등이 다시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 후보자 사퇴에도 더불어민주당은 낙마 대상으로 삼은 다른 후보자들에 대한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김인철 후보자가 사퇴 의사를 밝혔고, 한덕수(국무총리), 정호영(보건복지부), 한동훈(법무부) 후보자 등은 이미 국민 검증에서 탈락했다”며 “국민 검증이 끝나고 청문회에서 부적격으로 확인된 인사에 대해 윤 당선인은 빠르게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지연/최만수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