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경영'으로 재계 2위 오른 SK…최태원 선구안이 성장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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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292조원으로 16년만에 2위…정유·석유·반도체 '맨땅'서 일궈
최태원, '딥체인지' 외치며 ESG 중심으로 그룹 재편…"서서히 성과"
SK그룹이 자산규모 기준 재계 2위에 올랐다.
삼성과 현대차에 이어 '만년 3위'에 머무른 지 16년 만이다.
이러한 SK그룹의 성장에는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부터 이어진 '뚝심 경영'이 큰 역할을 했다.
성장이 예상되는 산업에 끊임없이 도전해 결국 그 산업을 그룹 주력으로 키워내는 추진력이 자산총액 292조원, 계열사 186개의 2대 그룹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아울러 아들인 최태원 현 회장에 이르러 시대 변화에 앞서 대처하는 경영 능력이 더해졌고, SK그룹은 이러한 총수의 지휘 아래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등 신산업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하며 더 큰 도약을 준비 중이다.
◇ "실패했다고 중단하면 안돼"…'뚝심경영'이 이룬 재계 2위
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SK그룹의 자산총액은 291조9천690억원으로, 작년 대비 52조4천390억원이 증가하며 삼성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2006년 LG그룹을 제치고 3위에 올라선 지 16년 만으로, 당시 55조원에 불과했던 자산총액은 5배 넘게 늘었고 56개였던 계열사도 3배 이상 많아졌다.
정보통신과 석유화학 등 기존 사업에 더해 반도체와 배터리 등 신사업이 급성장한 것이 SK그룹의 2위 도약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러한 사업들은 모두 SK그룹이 기반 없이 투자로부터 시작한 사업으로, 진출 타진 때부터 진통이 컸다는 공통점이 있다.
1973년 선경 회장에 오른 최종현 선대회장이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를 외치며 정유사업 진출을 모색했지만 여러 차례 실패한 것이 대표적 예다.
이에 최 선대회장은 "석유개발은 한두 해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몇 번 실패했다고 중단하면 아무 성과가 없다"며 직접 중동 왕실과 석유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이 같은 인맥은 2차 오일쇼크 당시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하루 15만 배럴의 원유를 공급받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 결과 SK그룹은 1980년 대한석유공사(유공)를 인수한 데 이어 1984년 북예멘 유전개발에도 성공하며 정유와 석유화학을 그룹의 대표 사업으로 키웠다.
이후 최 선대회장은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정보통신을 점찍고 선경텔레콤을 설립하며 사업 준비에 나섰지만, 이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SK는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2년 제2이동통신사업자로 최종 선정됐지만, 특혜시비로 사업권을 자진 반납했다.
이에 큰 반발이 일자 최 선대회장이 "준비한 기업에는 언제든 기회가 온다"며 경영진을 설득한 사례는 지금까지 회자된다.
결국 SK는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년 한국이동통신을 공개입찰로 인수하는 데 성공했고, 이때 탄생한 SK텔레콤은 1996년 CDMA 상용화에 세계 최초로 성공하는 등 국내 최대 통신사업자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SK가 새로운 산업에 진출할 때 항상 많은 실패가 따랐다"면서 "하지만 이를 딛고 일어서는 뚝심 경영이 오늘날 2위 그룹으로 도약하게 했다"고 말했다.
◇ 최태원 선구안 빛 발한 SK하이닉스 인수…'BBC' 부문 투자 확대
1998년 최 선대회장 별세 후 그룹을 이끌게 된 최태원 회장도 미래성장산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2012년 SK하이닉스(구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다.
반도체는 최 선대회장이 선경 반도체를 설립하며 진출을 추진했지만 제2차 오일쇼크로 무산된 경험이 있는 분야다.
이에 최 회장은 2010년 전문가를 초청해 서울 모처에서 반도체 공부 모임을 시작했고, 이 모임을 통해 반도체 시장의 미래와 SK하이닉스 인수의 실익을 철저히 검토했다.
이 모임에서 반도체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최 회장은 3조4천267억원에 들여 SK하이닉스 인수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당시 채권단 관리를 받으며 연간 2천억원대의 적자를 내던 '미운 오리새끼'였다.
이러한 탓에 'SK가 전문성 없는 분야에 돈을 버린다', '수익성이 불투명한 반도체에 무리하게 진출한다' 등의 반대가 빗발쳤다.
SK하이닉스가 SK로 인수된 첫해에 2천273억원의 적자를 내자 이러한 목소리는 더 커졌다.
하지만 최 회장은 인수 직후부터 현재까지 매년 조 단위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했고 2015년과 2018년, 2021년에 M14, M15, M16 공장도 새로 지었다.
최근 5년간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 규모는 매년 평균 10조원이 넘는다.
그 결과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는 16조원에서 지난해 말 95조원으로 6배가량 커졌고, SK그룹 전체 매출의 30%가량을 차지하는 '효자'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 회장은 이 밖에도 SK그룹의 성장동력 키워드를 배터리(Battery)·바이오(Bio)·반도체(Chip), 즉 'BBC'로 정의하고, 2017년부터 전체 글로벌 시장 투자금 48조원의 약 80%를 이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달 27일 서울대 특강에서 "기업의 가치는 기업이 설득력 있는 스토리를 제시하고, 이를 추진할 의지와 역량에 대해 주주나 투자자가 신뢰를 할 때만 형성된다"며 "자산 순위를 매기는 기업집단 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 그룹 재편의 핵심은 ESG…"탄소중립 선도하며 성과"
주요 계열사 재편과 기업공개(IPO), 비즈니스 분할도 SK그룹이 자산을 불리며 2대 그룹으로 도약하는데 한 축을 담당했다.
이러한 사업 전략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 회장은 탄소중립 가속화 등 글로벌 트렌드를 국내 어느 총수보다 먼저 포착해 국내에서 ESG 경영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ESG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투자를 늘리도록 계열사들을 독려하고 있는데 2016년 확대경영회의에서 역설한 지속 성장을 위한 '딥 체인지'(근본적 혁신)가 이러한 경영철학을 대변한다.
이에 따라 그린에너지와 바이오기업으로 변신한 SKC와 SK케미칼은 설비투자 증가로 자산규모가 2016년 31조4천억원에서 지난해 47조6천억원으로 급증했다.
또 발전업과 폐기물 처리회사 등 친환경에너지 회사를 설립·인수하면서 SK그룹 계열사도 지난해 말 기준 186개로, 2020년 대비 38개나 늘었다.
IPO와 기업분할로 투자금이 유입되면서 자산이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도 형성됐는데 2020년부터 순차적으로 상장에 나선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SK리츠는 최근 2년간 자산이 4조원이나 증가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과 SK그룹은 탄소중립 등 경영 트렌드 면에서 국내 어느 기업보다 앞서나가고 있고, 서서히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는 '사회적 가치 추구'라는 SK그룹의 전통적 경영방침과도 일맥상통한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최태원, '딥체인지' 외치며 ESG 중심으로 그룹 재편…"서서히 성과"
SK그룹이 자산규모 기준 재계 2위에 올랐다.
삼성과 현대차에 이어 '만년 3위'에 머무른 지 16년 만이다.
이러한 SK그룹의 성장에는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부터 이어진 '뚝심 경영'이 큰 역할을 했다.
성장이 예상되는 산업에 끊임없이 도전해 결국 그 산업을 그룹 주력으로 키워내는 추진력이 자산총액 292조원, 계열사 186개의 2대 그룹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아울러 아들인 최태원 현 회장에 이르러 시대 변화에 앞서 대처하는 경영 능력이 더해졌고, SK그룹은 이러한 총수의 지휘 아래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등 신산업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하며 더 큰 도약을 준비 중이다.
◇ "실패했다고 중단하면 안돼"…'뚝심경영'이 이룬 재계 2위
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SK그룹의 자산총액은 291조9천690억원으로, 작년 대비 52조4천390억원이 증가하며 삼성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2006년 LG그룹을 제치고 3위에 올라선 지 16년 만으로, 당시 55조원에 불과했던 자산총액은 5배 넘게 늘었고 56개였던 계열사도 3배 이상 많아졌다.
정보통신과 석유화학 등 기존 사업에 더해 반도체와 배터리 등 신사업이 급성장한 것이 SK그룹의 2위 도약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러한 사업들은 모두 SK그룹이 기반 없이 투자로부터 시작한 사업으로, 진출 타진 때부터 진통이 컸다는 공통점이 있다.
1973년 선경 회장에 오른 최종현 선대회장이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를 외치며 정유사업 진출을 모색했지만 여러 차례 실패한 것이 대표적 예다.
이에 최 선대회장은 "석유개발은 한두 해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몇 번 실패했다고 중단하면 아무 성과가 없다"며 직접 중동 왕실과 석유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이 같은 인맥은 2차 오일쇼크 당시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하루 15만 배럴의 원유를 공급받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 결과 SK그룹은 1980년 대한석유공사(유공)를 인수한 데 이어 1984년 북예멘 유전개발에도 성공하며 정유와 석유화학을 그룹의 대표 사업으로 키웠다.
이후 최 선대회장은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정보통신을 점찍고 선경텔레콤을 설립하며 사업 준비에 나섰지만, 이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SK는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2년 제2이동통신사업자로 최종 선정됐지만, 특혜시비로 사업권을 자진 반납했다.
이에 큰 반발이 일자 최 선대회장이 "준비한 기업에는 언제든 기회가 온다"며 경영진을 설득한 사례는 지금까지 회자된다.
결국 SK는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년 한국이동통신을 공개입찰로 인수하는 데 성공했고, 이때 탄생한 SK텔레콤은 1996년 CDMA 상용화에 세계 최초로 성공하는 등 국내 최대 통신사업자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SK가 새로운 산업에 진출할 때 항상 많은 실패가 따랐다"면서 "하지만 이를 딛고 일어서는 뚝심 경영이 오늘날 2위 그룹으로 도약하게 했다"고 말했다.
◇ 최태원 선구안 빛 발한 SK하이닉스 인수…'BBC' 부문 투자 확대
1998년 최 선대회장 별세 후 그룹을 이끌게 된 최태원 회장도 미래성장산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2012년 SK하이닉스(구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다.
반도체는 최 선대회장이 선경 반도체를 설립하며 진출을 추진했지만 제2차 오일쇼크로 무산된 경험이 있는 분야다.
이에 최 회장은 2010년 전문가를 초청해 서울 모처에서 반도체 공부 모임을 시작했고, 이 모임을 통해 반도체 시장의 미래와 SK하이닉스 인수의 실익을 철저히 검토했다.
이 모임에서 반도체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최 회장은 3조4천267억원에 들여 SK하이닉스 인수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당시 채권단 관리를 받으며 연간 2천억원대의 적자를 내던 '미운 오리새끼'였다.
이러한 탓에 'SK가 전문성 없는 분야에 돈을 버린다', '수익성이 불투명한 반도체에 무리하게 진출한다' 등의 반대가 빗발쳤다.
SK하이닉스가 SK로 인수된 첫해에 2천273억원의 적자를 내자 이러한 목소리는 더 커졌다.
하지만 최 회장은 인수 직후부터 현재까지 매년 조 단위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했고 2015년과 2018년, 2021년에 M14, M15, M16 공장도 새로 지었다.
최근 5년간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 규모는 매년 평균 10조원이 넘는다.
그 결과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는 16조원에서 지난해 말 95조원으로 6배가량 커졌고, SK그룹 전체 매출의 30%가량을 차지하는 '효자'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 회장은 이 밖에도 SK그룹의 성장동력 키워드를 배터리(Battery)·바이오(Bio)·반도체(Chip), 즉 'BBC'로 정의하고, 2017년부터 전체 글로벌 시장 투자금 48조원의 약 80%를 이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달 27일 서울대 특강에서 "기업의 가치는 기업이 설득력 있는 스토리를 제시하고, 이를 추진할 의지와 역량에 대해 주주나 투자자가 신뢰를 할 때만 형성된다"며 "자산 순위를 매기는 기업집단 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 그룹 재편의 핵심은 ESG…"탄소중립 선도하며 성과"
주요 계열사 재편과 기업공개(IPO), 비즈니스 분할도 SK그룹이 자산을 불리며 2대 그룹으로 도약하는데 한 축을 담당했다.
이러한 사업 전략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 회장은 탄소중립 가속화 등 글로벌 트렌드를 국내 어느 총수보다 먼저 포착해 국내에서 ESG 경영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ESG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투자를 늘리도록 계열사들을 독려하고 있는데 2016년 확대경영회의에서 역설한 지속 성장을 위한 '딥 체인지'(근본적 혁신)가 이러한 경영철학을 대변한다.
이에 따라 그린에너지와 바이오기업으로 변신한 SKC와 SK케미칼은 설비투자 증가로 자산규모가 2016년 31조4천억원에서 지난해 47조6천억원으로 급증했다.
또 발전업과 폐기물 처리회사 등 친환경에너지 회사를 설립·인수하면서 SK그룹 계열사도 지난해 말 기준 186개로, 2020년 대비 38개나 늘었다.
IPO와 기업분할로 투자금이 유입되면서 자산이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도 형성됐는데 2020년부터 순차적으로 상장에 나선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SK리츠는 최근 2년간 자산이 4조원이나 증가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과 SK그룹은 탄소중립 등 경영 트렌드 면에서 국내 어느 기업보다 앞서나가고 있고, 서서히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는 '사회적 가치 추구'라는 SK그룹의 전통적 경영방침과도 일맥상통한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