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때와 다른 보직 받는 예비군 많아
병무청 "병력 소요 한계로 '특기 재배정' 불가피…대안 논의 중"

[※ 편집자 주 = 이 기사는 서울에 거주하는 이기억(가명·20대)씨 제보를 토대로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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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때 보직도 아니고, 심지어 면허도 없는데 어떻게 예비군 직책이 운전병이 된 거죠?"
지난달 27일 4년 차 예비군 이기억 씨는 예비군 동대로부터 동원지정 변경 알림 문자를 받고 깜짝 놀랐다.

운전면허도 없고 해병대 보병 출신인 자신의 예비군 보직(직책)이 '운전병'으로 배정됐기 때문이다.

[OK!제보] "면허없는 보병 출신 '예비군'이 운전병?"…그 이유는
이씨는 "현역 때 보병으로 군 생활하면서 단 한 번도 운전병 업무를 맡은 적 없었다"면서 "전역 후에도 면허를 따지 않아 운전 경험이 없는데 느닷없이 운전병 보직을 줘 황당했다"고 전했다.

그는 "동원 담당자에게 문의해본 결과 '병무청에서 정해준 데로 편성한 것이라 자신들이 바꿀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예비군 보직과 현역 보직이 당연히 일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OK!제보] "면허없는 보병 출신 '예비군'이 운전병?"…그 이유는
예비군이 현역 때와 다른 보직을 배정받는 사례는 흔하다.

실제로 한 포털 사이트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질문 서비스에는 김씨와 유사한 문의가 20건이 넘었다.

한 사용자는 "현역 시절 보직과 완전히 상관없는 '잠수 수중정찰병'이라는 직책을 받았다"면서 "이런 경우가 있을 수 있나"는 질문을 올렸다.

또 다른 사용자는 "현역 때 '제독병'(除毒兵)이었는데 예비군 1년 차에 갑자기 운전병 직책을 받았다"면서 보직 변경 방법을 묻기도 했다.

오는 6월부터 코로나 사태로 인해 2년간 중단됐던 예비군 훈련이 재개되면 이러한 문의는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

[OK!제보] "면허없는 보병 출신 '예비군'이 운전병?"…그 이유는
현역 때 보직과 예비군 보직이 일치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병력 소요'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각 군이 동원 병력을 요청하면 병무청은 국방부 지침에 따라 요청받은 병력 자원만큼 예비군을 지정한다.

그런데 이때 특정 특기의 인원이 부족할 경우 불가피하게 예비군의 특기를 다르게 배정하는 것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현역에서 예비군으로 전환되는 인원까지 고려해 가장 비슷한 특기로 재배정하고 있으나 인원 부족이라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만약 예비군 전환 후 사고, 질병 등으로 병역 수행이 어려우면 병역 처분을 바꿔줄 수 있지만 특기 변경을 신청하는 제도는 없는 상황"이라며 "가급적 예비군 '특기 재배정'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국방부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