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건강] ADHD 환자 부모는 '코치'…"인정·칭찬·격려 잊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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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김붕년 교수 "아는만큼 보이는 병…자녀 비난은 최악"
전면 등교가 가능해지면서 오랜만에 재개된 학교생활에 아이들이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다.
자녀가 또래와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고 주의가 산만하며 집중력이 부족한 것처럼 보인다며 '우리 아이가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ADHD)인가'라고 의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30일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과 김붕년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녀의 ADHD 의심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로 인해 학교와 가정에서 지속해서 어려움을 겪는지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만 4세부터 의심 증상…초등학교 입학 후에도 계속된다면 검사받아야
김 교수는 "과잉 행동 증상은 초등학생의 경우 수업 시간에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힘들어하고 계속 돌아다니려고 하거나 안절부절못하는 게 대표적"이라며 "질문할 시간을 준다고 해도 이를 무시하고 계속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가거나 줄서기와 기다리기를 힘들어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주의력 결핍도 ADHD의 주된 증상인데 과제 수행, 알림장 쓰기를 빼먹는 일이 반복되고 과제를 적절한 순서대로 진행하는 걸 어려워하거나 수업 시간에 자신의 관심 사안이 아니면 배운 내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러한 증상으로 인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또래와 갈등을 겪는 등 기능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해야 ADHD로 진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회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이들이 가끔 위와 같은 증상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따라서 어린 자녀가 이런 모습을 보인다는 것만으로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다.
김 교수는 "대개 ADHD 의심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는 만 4세인데 너무 어릴 때는 변화 가능성이 커 진단을 내리기 어렵다"며 "만 5, 6세 때 이런 행동이 반복되면 의심해볼 만하고 지속적인 교육을 했음에도 초등학교 입학 후에 의심 증상이 반복되면 객관적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치료 미루면 따돌림 등 '2차 합병증' 발생
김 교수는 모든 질병과 마찬가지로 ADHD도 치료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업 성취도 위주의 평가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ADHD를 방치할 경우 성적이 좋지 않아 자존감이 떨어지고 감정 표현에 미숙한 아동 ADHD 환자의 특성상 친구, 부모를 향한 공격성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존감이 떨어지고 공격성이 발현하면 '2차 합병증'인 교우 관계 따돌림이 생길 가능성도 크다.
아동, 청소년기에 경험하는 따돌림은 당사자에게 큰 상처고 환자의 삶에 장기적인 영향을 끼친다.
아동 ADHD 환자가 따돌림을 당하는 비율은 50%이며, 치료를 받지 않으면 이 비율은 더 올라간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성적으로 인해 좌절감을 느끼기 쉬운 환경인데 ADHD 환자들은 자신이 가진 능력보다 주변인에게 낮은 평가를 받는다"며 "이는 낮은 자존감으로 이어지고 점진적으로 불안, 우울 증상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감정적인 언어를 배우기 힘들어해 '슬프다', '기분이 좋지 않다'라는 말을 하지 않고 타인의 말을 듣지 않은 채 회피하거나 나중에는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며 "치료를 받지 않으면 초등학교 1학년만 되도 부모에게 공격성, 반항성을 보인다"고 전했다.
◇ 자녀 치료·부모 교육 함께 이뤄져야
자녀의 ADHD 치료 과정에서 주 양육자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치료 과정에서 부모 교육이 함께 진행되는 이유다.
ADHD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약물 치료보다 먼저 인지행동접근 치료를 진행한다.
할 일을 스스로 공책에 적고 아이의 일정표와 1일 시간표를 함께 만들어보는 자기 관리 연습을 시작하거나 주어진 시간 내 해야 할 일을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타이머를 활용하기도 한다.
가정 내 가장 좋은 치료법은 아이가 겪는 어려움을 인정해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적절한 칭찬과 보상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부모 교육과 격려, 칭찬, 인정 등을 바탕으로 한 인지행동 접근만으로도 증상이 크게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ADHD는 '아는 만큼 보이는 병'이라며 주 양육자가 가족이라는 '팀'에서 훌륭한 '코치'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팀원을 격려해주고 각각의 장단점을 파악해 적재적소에서 제대로 활동할 수 있게 하는 코치의 역할을 주 양육자가 해줘야 한다"며 "질병을 공부해 ADHD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녀를 비난하거나 부모 자신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치료를 통해 증상이 좋아졌음에도 '칭찬을 해주면 버릇이 없어진다'며 이에 인색한 부모들이 있는데 이 경우 자녀의 자존감 회복은 더디거나 아예 어려울 수도 있다.
김 교수는 "대부분 처음에는 아이에 대한 열의를 보여 관리를 시작하지만 관리가 실패하면 아이에 대한 부모의 비난이 시작된다"며 "병의 양상과 아이의 상태를 부모에게 잘 알려야 아이에 대한 비난을 멈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ADHD는 유전적 특성이 있지만 무작위에 의한 유전자 배합을 통해 나타나는 것"이라며 "'나로 인해 아이가 이렇게 됐다', '아이를 도와줄 수 없고 이 모든 상황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부정적인 연쇄 반응이 생긴다면 부모도 치료와 상담을 같이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자녀가 또래와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고 주의가 산만하며 집중력이 부족한 것처럼 보인다며 '우리 아이가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ADHD)인가'라고 의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30일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과 김붕년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녀의 ADHD 의심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로 인해 학교와 가정에서 지속해서 어려움을 겪는지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만 4세부터 의심 증상…초등학교 입학 후에도 계속된다면 검사받아야
김 교수는 "과잉 행동 증상은 초등학생의 경우 수업 시간에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힘들어하고 계속 돌아다니려고 하거나 안절부절못하는 게 대표적"이라며 "질문할 시간을 준다고 해도 이를 무시하고 계속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가거나 줄서기와 기다리기를 힘들어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주의력 결핍도 ADHD의 주된 증상인데 과제 수행, 알림장 쓰기를 빼먹는 일이 반복되고 과제를 적절한 순서대로 진행하는 걸 어려워하거나 수업 시간에 자신의 관심 사안이 아니면 배운 내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러한 증상으로 인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또래와 갈등을 겪는 등 기능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해야 ADHD로 진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회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이들이 가끔 위와 같은 증상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따라서 어린 자녀가 이런 모습을 보인다는 것만으로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다.
김 교수는 "대개 ADHD 의심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는 만 4세인데 너무 어릴 때는 변화 가능성이 커 진단을 내리기 어렵다"며 "만 5, 6세 때 이런 행동이 반복되면 의심해볼 만하고 지속적인 교육을 했음에도 초등학교 입학 후에 의심 증상이 반복되면 객관적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치료 미루면 따돌림 등 '2차 합병증' 발생
김 교수는 모든 질병과 마찬가지로 ADHD도 치료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업 성취도 위주의 평가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ADHD를 방치할 경우 성적이 좋지 않아 자존감이 떨어지고 감정 표현에 미숙한 아동 ADHD 환자의 특성상 친구, 부모를 향한 공격성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존감이 떨어지고 공격성이 발현하면 '2차 합병증'인 교우 관계 따돌림이 생길 가능성도 크다.
아동, 청소년기에 경험하는 따돌림은 당사자에게 큰 상처고 환자의 삶에 장기적인 영향을 끼친다.
아동 ADHD 환자가 따돌림을 당하는 비율은 50%이며, 치료를 받지 않으면 이 비율은 더 올라간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성적으로 인해 좌절감을 느끼기 쉬운 환경인데 ADHD 환자들은 자신이 가진 능력보다 주변인에게 낮은 평가를 받는다"며 "이는 낮은 자존감으로 이어지고 점진적으로 불안, 우울 증상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감정적인 언어를 배우기 힘들어해 '슬프다', '기분이 좋지 않다'라는 말을 하지 않고 타인의 말을 듣지 않은 채 회피하거나 나중에는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며 "치료를 받지 않으면 초등학교 1학년만 되도 부모에게 공격성, 반항성을 보인다"고 전했다.
◇ 자녀 치료·부모 교육 함께 이뤄져야
자녀의 ADHD 치료 과정에서 주 양육자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치료 과정에서 부모 교육이 함께 진행되는 이유다.
ADHD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약물 치료보다 먼저 인지행동접근 치료를 진행한다.
할 일을 스스로 공책에 적고 아이의 일정표와 1일 시간표를 함께 만들어보는 자기 관리 연습을 시작하거나 주어진 시간 내 해야 할 일을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타이머를 활용하기도 한다.
가정 내 가장 좋은 치료법은 아이가 겪는 어려움을 인정해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적절한 칭찬과 보상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부모 교육과 격려, 칭찬, 인정 등을 바탕으로 한 인지행동 접근만으로도 증상이 크게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ADHD는 '아는 만큼 보이는 병'이라며 주 양육자가 가족이라는 '팀'에서 훌륭한 '코치'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팀원을 격려해주고 각각의 장단점을 파악해 적재적소에서 제대로 활동할 수 있게 하는 코치의 역할을 주 양육자가 해줘야 한다"며 "질병을 공부해 ADHD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녀를 비난하거나 부모 자신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치료를 통해 증상이 좋아졌음에도 '칭찬을 해주면 버릇이 없어진다'며 이에 인색한 부모들이 있는데 이 경우 자녀의 자존감 회복은 더디거나 아예 어려울 수도 있다.
김 교수는 "대부분 처음에는 아이에 대한 열의를 보여 관리를 시작하지만 관리가 실패하면 아이에 대한 부모의 비난이 시작된다"며 "병의 양상과 아이의 상태를 부모에게 잘 알려야 아이에 대한 비난을 멈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ADHD는 유전적 특성이 있지만 무작위에 의한 유전자 배합을 통해 나타나는 것"이라며 "'나로 인해 아이가 이렇게 됐다', '아이를 도와줄 수 없고 이 모든 상황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부정적인 연쇄 반응이 생긴다면 부모도 치료와 상담을 같이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