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우반은 지난 27일 해외 거주자는 중국의 휴대전화번호나 중국 공식 신분증을 제시해야만 자사 플랫폼을 계속 이용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중국에서는 휴대전화를 등록할 때 신분증을 제시해야 해 중국 휴대전화번호가 있다는 것은 실명등록을 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이전까지 더우반은 해외 거주자는 해외 휴대전화번호만으로도 계정을 열 수 있도록 했으나 규정을 바꾼 것이다.
더우반은 이와 함께 자사 플랫폼 내 토론방을 개설할 경우 안면 인식을 거쳐 신분을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날 이용자가 100만명에 가까운 한 토론방의 댓글 기능을 정지시켜 버렸다.
더우반은 "정치, 이념과 관련된 과격한 콘텐츠는 더우반에서 허용되지 않는다.
더우반은 온라인 정보를 규제하는 법과 규정을 엄격히 준수한다"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9일 "더우반은 젊은 식자층이 활발히,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토론을 펼쳐온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라며 "전례 없이 엄격한 새로운 요건으로 더우반에서 토론을 펼치는 것은 고사하고 중국 바깥의 거주자들은 거의 접속이 불가능해졌다"고 전했다.
'평점 사이트'로도 알려진 더우반은 중국 안팎의 각종 영화와 드라마, 책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용자들이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플랫폼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처럼 중국에서 정식으로 방영되지 않은 영화나 드라마의 정보도 다수 올라와 외국 영상 콘텐츠의 유입이 극도로 제한된 중국에서 사람들이 '외부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창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지난해부터 인터넷 기업과 콘텐츠에 대한 고삐를 죄면서 더우반은 여러 차례 단속의 대상이 됐다.
지난해 12월 중국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은 더우반 책임자를 소환해 더우반에서 법률상 금지된 정보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이 심각하다면서 즉각 문제를 시정하고 관련자들을 처벌하라며 150만 위안(약 2억9천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같은 달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개인정보 과다 수집 등의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으나 기한 내에 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더우반 앱을 자국 내 모든 앱 장터에서 내리도록 명령했다.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인 지난 23일에는 일부 이용자들이 뭉쳐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더우반의 책 토론 목록 상위에 올려놓자 관련 댓글창 기능이 정지됐다.
서방에서는 중국을 '1984' 속 전제 통치자 '빅 브러더'가 통제하는 사회에 빗대 비판하고 있다.
더우반에 앞서 중국의 다른 소셜미디어들도 잇달아 이용 규정을 강화했다.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는 모든 댓글 작성자의 거주지를 노출하기 시작했고, 뉴스 사이트 터우탸오와 동영상 공유 플랫폼 더우인 등은 공산당이 공인한 역사 서술에 도전하는 '역사 허무주의'를 내포한 게시물을 신고하라고 촉구하는 공지를 띄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