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경험 덕에 보이스피싱 직감"
익산경찰서, 감사패 수여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피해를 봤던 한 식당 주인이 이번에는 기지를 발휘해 피싱 수거책을 붙잡아 화제다.

[OK!제보] "현금 건네는 순간 기다렸다가"…보이스피싱범 잡은 식당주인
지난 26일 오후 전북 익산시의 한 식당 앞.
경북 지역에서 온 택시가 멈추더니 검은 양복을 입은 70대 노인이 내렸다.

손가방을 들고 있던 노인은 식당 앞을 왔다 갔다 하면서 계속 핸드폰으로 누군가와 통화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식당 주인 김모 씨는 노인에게 다가가 "도와드릴 일이 있느냐. 누굴 기다리느냐. 들어와 차 한잔 하시라"며 말을 걸었다.

노인은 질문이 계속되자 "사람을 기다린다.

수금하러 왔다"고만 답했다.

수상한 낌새를 느낀 주인은 식당 안에서 노인을 계속 지켜봤다.

40분 정도가 흐른 뒤 또 다른 차 한 대가 식당 앞에 멈췄다.

식당 밖을 지켜보던 주인은 차에서 내린 30대 후반의 남성이 현금이 든 검은 봉지를 노인에게 전달하는 것을 목격했다.

보이스피싱임을 확신한 식당 주인은 노인이 봉지를 받아 가방에 넣어 가려는 순간 형사인 척 하며 노인의 팔을 붙들고 가방을 낚아챘다.

그런 다음 피해자에게 다가가 보이스피싱임을 알리고 112에 신고했다.

식당 주인 김 씨는 "피해자가 들고 있던 핸드폰에는 검찰청 로고와 함께 '돈을 보내지 않으면 구속 수사하겠다'는 내용의 엄포성 문자 메시지가 있었다"면서 "피해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형사인 척하며 노인을 체포하는 것처럼 연기했다"고 말했다.

김 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노인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노인이 넘겨받은 봉지 안에는 현금 3천500만원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OK!제보] "현금 건네는 순간 기다렸다가"…보이스피싱범 잡은 식당주인
김 씨가 일찌감치 보이스피싱을 직감하고 수거책으로 추정되는 노인을 검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었던 것은 한 달 전 보이스피싱으로 피해를 봤던 경험 덕이다.

김 씨는 "유니폼까지 차려입고 은행원 행세를 하던 보이스피싱범에게 큰돈을 뺏긴 적이 있다"면서 "택시를 타고 온 노인이 식당 앞을 배회하는 순간부터 보이스피싱을 직감했지만, 현금 건네는 장면을 목격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다렸다가 노인을 붙잡았다"고 말했다.

익산경찰서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고 검거에 기여한 김 씨에게 29일 감사패를 수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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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