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선거구제 시범 도입' 취지 무색…소수정당·시민단체 반발

전국 시·도의회별로 6·1 지방선거 기초의원 선거구를 획정하며 3~4인 선거구 상당수를 2인 선거구로 '쪼개기'해 소수정당을 중심으로 반발이 일고 있다.

전국 곳곳 '기초의원 2인 선거구로 쪼개기'…"거대 양당 폭거"
2인 선거구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거대 양당이 싹쓸이할 가능성이 높아 소수정당은 그만큼 의회 입성이 요원해질 수 있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 전국 11곳이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3∼5인 선거구) 시범 지역으로 지정되며 시·도마다 중대선거구를 늘리는 획정안을 마련했지만 시·도의회 심의과정에서 상당수가 2인 선거구로 회귀, 빈축을 사고 있다.

경기도의회는 28일 시·군의원 2인 선거구를 당초 84곳에서 87곳으로 늘리는 내용의 선거구획정안을 의결했다.

당초 도 선거구획정위원회는 84곳을 유지하는 내용으로 획정안을 제출했는데 도의회 심의 과정에서 3곳이 증가했다.

반면 3인 선거구의 경우 74곳에서 69곳으로 5곳 감소했다.

앞서 부산시의회는 지난 27일 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10곳으로 제안한 4인 선거구를 1곳으로 대폭 축소하고 9곳은 2인 선거구로 쪼갰다.

전체적으로 27곳으로 제안된 3인 선거구는 25곳으로 줄였고, 18곳으로 제안된 2인 선거구는 39곳으로 늘렸다.

같은 날 대구시의회도 4인 선거구를 7곳 늘리는 시 선거구획정위원회 안을 심의하면서 중대선거구제 시범 지역 1곳을 제외한 6곳은 모두 2인 선거구로 나눴다.

이밖에 경남도의회도 당초 제출된 도 선거구획정위원회 안보다 3인 선거구의 경우 2곳을 줄이고 2인 선거구는 3곳으로 늘렸으며, 인천시의회도 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안한 4인 선거구 4곳을 2곳으로 절반 축소했다.

이 같은 '2인 선거구로 쪼개기'에 소수정당과 진보 성향 시민사회단체는 거대 양당의 폭거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반복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기지역 진보 성향 4개 정당(노동당·녹색당·정의당·진보당)과 경기민중행동·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날 경기도의회의 선거구획정안 의결에 대해 "일부 선거구만 생색내기로 중대선거구제가 시행될 뿐 여전히 많은 선거구에서 원칙과 기준 없이 3·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쪼개 버렸다"며 "이는 중대구선거구제 취지에 어긋날 뿐 아니라 나눠먹기식 양당 기득권 정치를 강화하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민주노총과 노동·녹색·정의·진보당 충남도당은 지난 26일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 정개특위를 통해 발표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중대선거구제를 시범 실시해 국민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정치개혁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그러나 충남선거구획정위원회 회의를 거치면서 일부 시·군 의원의 경우 정수 증가에 무색하게 3인과 4인 선거구를 모두 쪼개 2인 선거구로 도배했다"고 비난했다.

전국 곳곳 '기초의원 2인 선거구로 쪼개기'…"거대 양당 폭거"
이들은 "도대체 누구의 의견을 담아 중대선거구제를 거스르는 선거구획정안을 도의회에 상정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중대선거구제 시행을 위한 의원 정수 증가는 다원적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지 2인 선거구 쪼개기를 통해 거대 양당 의원 수를 늘게 하는 취지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충남도의회는 지난 27일 본회의를 열어 도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3~4인 중대선거구를 포함해 4곳으로 제안한 서산시의원 선거구의 경우 2인 선거구 6곳으로 조정하는 등 전체적으로 2인 선거구를 확대하는 획정안으로 수정 의결했다.

(조성민 황봉규 류성무 오수희 신민재 최찬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