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쌍용C&E 노조가 주관하는 체육대회에서 직원들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쌍용C&E 제공
2018년 쌍용C&E 노조가 주관하는 체육대회에서 직원들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쌍용C&E 제공
시멘트업계 1위인 쌍용C&E의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교섭을 회사에 위임하면서 58년 연속 무분규 기록을 달성하게 됐다. 유연탄 가격 급등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 대내외 악재를 노사가 공동으로 극복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지난해 파업으로 59년 연속 무분규 달성에 실패한 한국타이어를 제외하면 재계 최장기 무분규 기록이다.

한국타이어 제치고 업계 대표 무분규 기업된 쌍용C&E

쌍용C&E는 이현준 사장과 최동환 노조위원장 등 노사 대표가 만나 올해의 임금 교섭에 관한 모든 권한을 회사에 위임하는 '2022년 임금 협약 합의서'를 체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쌍용C&E 관계자는 "노조가 3년 연속 회사에 임금교섭을 위임한 것은 유연탄 가격 급등으로 손익이 악화되고, 사업장내 중대재해로 시멘트 재고 부족이 지속되는 등 어려운 경영 여건을 감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시멘트의 제조 연료인 유연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2년 전에 비해 가격이 6배이상 올랐다. 지난 4분기 순수하게 시멘트사업만으로는 영업적자를 기록한 시멘트업체들이 많았던 이유다. 쌍용C&E 동해 공장에선 지난 2월 시공업체 직원이 사망하면서 생산설비 가동 일정에 차질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날 최동환 노조위원장은 "여러가지 어려운 경영상황을 노사가 함께 해결해야한다"며 "생산성 향상은 물론 기본안전수칙 준수로 우리 사업장에서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쌍용C&E는 1962년 설립됐다. 1964년 노조가 생긴 이후 현재까지 단 한 번도 파업과 쟁의 등 분규가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해까지만해도 한국타이어에 이어 재계 두번째 장기 무분규 기록이었다. 하지만 작년 11월 한국타이어 노조가 임금갈등으로 창사이래 처음 파업을 벌이면서 재계 '최장기 무분규 기록'은 쌍용C&E에 넘겨 주게 됐다.

쌍용C&E 노사간 끈끈함은 위기때마다 빛을 발했다. 노조는 1998년 외환위기 땐 자진해서 임금 15%를 반납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10%를 내놨다. 이에 화답해 회사 측도 인력 구조조정을 최소화했다. 노조는 코로나19 사태 발생하자 3년 연속 임금교섭을 사측에 위임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환경적 피해를 사유로 '시멘트세(지원자원시설세)'를 신설해 업계 전체에 매년 250억~500억원의 세금을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가장 반발한 것도 노조였다.
2018년 쌍용C&E 노조가 주관하는 체육대회에서 당시 공장장이 직원에게 자전거를 선물로 주고 있다. 쌍용C&E 제공
2018년 쌍용C&E 노조가 주관하는 체육대회에서 당시 공장장이 직원에게 자전거를 선물로 주고 있다. 쌍용C&E 제공

"건강악화 피해 없다. 환경피해 기업 매도 말라" 노조 앞장서 여당 의원에 반격

당시 쌍용C&E 노조를 비롯해 한일 아세아 삼표 성신양회 등 국내 7개 시멘트사 노조는 성명을 통해 "시멘트세 신설의 근거가 사실이라면 수십년간 공장에서 근무한 우리 노동자의 건강부터 악화돼야 하지만 어디서도 그런 피해를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일하는 일터를 단순히 이익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하는 부도덕한 기업이라고 낙인찍고 있다"며 "공장 노동자까지 환경영향을 유발하는 기업의 일원으로 매도 당하는 상황은 우리 노동자들을 모욕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이현준 쌍용C&E 대표(오른쪽)와 최동환 노조위원장(왼쪽)이 지난 27일 임금협약 합의서 체결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쌍용C&E 제공
이현준 쌍용C&E 대표(오른쪽)와 최동환 노조위원장(왼쪽)이 지난 27일 임금협약 합의서 체결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쌍용C&E 제공

MZ세대들도 동화되는 "한번 쌍용人은 영원한 쌍용人"


쌍용C&E의 남다른 노사관계 비결은 적극적인 소통과 가족 같은 기업 문화다. 일본 태평양시멘트에서 국내 대표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로 2016년 대주주가 바뀐 후에도 이러한 기업문화는 이어지고 있다. 쌍용C&E 관계자는 "노사가 하나라는 '노사불이(勞使不二)'정신으로 매년 2회 이상 대표가 직접 나서 노조에 경영현황을 설명하고 매주 공장별로 간담회를 열어 현장 애로사항을 경영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두둑한 성과금이 나오고 근속 기간별로 별도의 상금이 나오는데다 '퇴직자 초청 홈커밍데이', '직원 자녀와 부모 초청 행사'를 여는 것도 끈끈한 문화의 비결이다. 직원들의 배우자들끼리도 친하다보니 별도의 모임이 조직돼 사회공헌 활동을 함께할 정도다.

쌍용C&E 관계자는 "직원들 사이에서 '시멘트처럼 한번 굳으면 절대로 깨지지 않는 관계', '한번 쌍용인은 영원한 쌍용인'이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좋은 문화"라며 "개인적인 성향의 MZ세대들도 입사한 후 처음엔 이런 기업문화에 어색해하다가도 금방 동화된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