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수용자에 사진첩 소지까지 금지…인권위 "과도한 제한"
조사수용 중인 수용자가 자신의 돈으로 산 물품을 교도소가 과도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28일 법무부 장관에게 조사수용 중인 수용자가 자비로 구매한 물품을 관리할 때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도록 관련 절차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진정인은 A 교도소에 수용돼 있던 중 거짓 사실 신고 등 혐의로 조사를 받게 돼 조사수용 중이었는데, 교도관이 '조사수용 중에는 사진첩을 소지할 수 없다'며 회수해가자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교도관 측은 사진첩에 있는 쇠 재질의 고정핀이 자살이나 자해 등에 이용될 수 있어, 사진첩을 조사거실 외부에 있는 물품 상자에 보관하도록 하고 필요할 때만 교도관의 구두 허가를 거쳐 조사수용 거실 내부에 반입해 사용하도록 했을 뿐 사진첩 사용 자체를 허락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진정인의 사진첩에 가족사진이 대부분이었고, 사진첩의 용도는 사진을 보관하는 것이므로 그 존재만으로 위험한 물건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진정인이 자살이나 자해를 하거나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를 해칠 우려가 크다고 볼 만한 구체적 징후나 상황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막연히 자살·자해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진정인이 자비로 구매한 사진첩을 회수한 것은 자기 결정권과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봤다.

수용자 처우에 관한 관련 규칙에 따르면 수용자의 징벌대상 행위 조사 기간에 수용자가 생활용품 등으로 자살·자해할 우려가 있거나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소장이 물품을 따로 보관하고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

인권위는 "이 규칙에 해당하는 물품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마련해 기본권 침해의 범위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