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총성, 그 안에서 무참하게 죽어가는 군인들. 전쟁 영화의 틀에 박힌 공식이다.

다음달 12일 개봉하는 ‘민스미트 작전’(사진)은 이 공식을 완전히 뒤집는 전쟁 영화다. 총성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대신 두뇌와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전쟁 뒤의 전쟁이 펼쳐진다. 전쟁 영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엎은 것만으로도 박수받을 만한 영화다.

연출은 ‘셰익스피어 인 러브’ ‘미스 슬로운’ 등을 만든 존 매든 감독이 맡았다. ‘킹스맨’ ‘킹스 스피치’ ‘브릿지 존스의 일기’ 등에 출연한 배우 콜린 퍼스가 영국군 장교 몬태규를 연기했다.

작품 배경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영국 런던이다. 영국군을 중심으로 하는 연합군은 히틀러를 속이는 작전을 계획한다. ‘민스미트’는 그 작전명이다. 영화는 장교 몬태규와 첨리(매슈 맥퍼딘 분)가 자신들의 ‘트로이 목마’가 돼줄 이름 모를 부랑자의 시체를 고르며 시작된다. 그 시체를 통해 독일군을 속일 메시지 전달 방법을 고민하는 모습, 독일군을 속이기 위해 시체에 영국군 해병대 소령인 ‘윌리엄 마틴’이란 이름과 인생을 부여하는 과정이 차례로 나온다.

작품은 기만작전을 보여주면서도 기만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이미 죽은 인물이지만, 죽은 뒤에도 편히 잠들지 못하는 부랑자의 인생을 부각시킨다. 이름 없는 부랑자에서 마틴 소령이 된 시체에 몬태규와 첨리는 그럴듯한 스토리를 입힌다. 꿈이 가득했던 청년 마틴이 전쟁으로 인해 약혼녀 팸과 헤어지는 가상의 이야기를 만든 것. 여기에 몬태규와 민스미트 작전에 기여하는 여성 진(켈리 맥도날드 분)의 현실 ‘러브 스토리’를 덧댄다. 그래서 ‘민스미트 작전’은 전쟁 영화지만 낭만으로 가득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실제 스토리’를 소재로 한 건 영리했다. 현실성은 높이고 결론에 대한 예측 가능성은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예상치 못한 변수가 계속 나온다. 퍼스의 무게감 있는 연기는 영화에 힘을 실어준다. 진에게 사랑을 느끼는 장면에서 보여주는 섬세한 감정 연기는 압권이다.

하지만 실제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으려다 보니 스토리는 다소 느슨하게 전개됐다. 작전 과정의 세세한 이야기를 다 살리기보다는 차라리 편집의 묘미를 살리는 게 나을 법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