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27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여는 금융정책결정회의가 주목받고 있다. 2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엔화 가치와 치솟는 물가를 제어하기 위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수정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대부분의 시장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이 이번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도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즈호증권이 3월 벌인 투자가 동향조사에서 시장 참가자의 65%가 ‘2023년 말까지 일본은행이 출구전략을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변수는 환율이다. 일본은 오는 7월 상원 격인 참의원 선거를 치른다. 임금 인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물가마저 급등하면 지지율이 떨어지게 된다. 일본 정부와 여당인 자민당이 일본은행에 압박을 가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일본은행이 엔저(低)를 막기 위한 미세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이유다.

일본 경제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운영지침 변경을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로 꼽는다. 일본은행은 현재 기준금리 운영지침을 “단기금리를 연 -0.1%, 장기금리는 연 ±0.25% 정도 또는 이를 밑도는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이를 밑도는 수준’이라는 문구를 삭제한다는 시나리오다. ‘기준금리 근처도 못 오게 하겠다’는 강경한 뉘앙스를 다소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0.25% 정도’인 장기금리 상하한을 ‘±0.5%’로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장기금리가 연 0.5% 수준까지 오르면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를 노린 엔화 매도·달러 매수세를 진정시킬 수 있다. 단 설비투자 감소 등 경기를 냉각시키는 부작용도 만만찮다.

장기금리 기준을 현재의 10년 만기 국채에서 5년 만기 국채로 바꾸는 시나리오도 있다. 채권은 만기가 짧을수록 이자율도 낮다. 금리 상하한폭을 조정하지 않고도 장기금리를 일본은행의 목표 범위 이내로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치솟을 우려가 있다. 일본 정부 부채의 대부분은 10년 만기 국채로 구성되기 때문에 국채 이자 부담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2016년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6년 만에 해제하는 것이다. 엔화 추락의 근본 원인인 미·일 금리 차가 줄어들어 환율 방어 효과가 가장 크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자 부담이 급증해 기업과 가계가 받는 충격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