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주장했지만, 국과수 조사서 브레이크 밟은 흔적 없어
초기 치매증상 불구 코로나19로 면허갱신 인지검사 연기 상태
치매증상에도 운전대…부산 버스정류장 사고, 운전자 과실 무게
지난달 말 부산에서 80대 고령 운전자 차량이 버스 정류소를 덮쳐 시민 2명이 사상한 사고와 관련해 경찰이 운전자 과실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 서부경찰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80대 운전자 A씨를 조사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2시 39분께 자신의 차량으로 서구 암남동 주민센터 담벼락을 충돌한 뒤 후진으로 도로를 30m 정도 달려 버스 정류소를 덮쳤다.

이 사고로 60대 남성이 숨졌고, 60대 여성은 다리를 심하게 다치는 중상을 입었다.

경찰은 A씨가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국과수 조사에서 근거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자동차 데이터 기록 장치 조사 결과 운전자가 브레이크 등을 밟은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경찰은 사고 원인을 A씨의 운전 부주의로 보고 있다.

사고 당시 차량 후진 속도는 시속 27㎞ 수준으로 확인된다.

고령의 A씨는 최근 들어 초기 치매 증상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확정적인 치매 진단은 아니지만, 초기 치매 증상이 있다는 진단서를 A씨 가족들로부터 제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는 운전면허를 갱신하기 위해 3년마다 특별안전교육을 받으며 인지기능 검사(치매선별검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A씨는 작년 말 대상이었음에도 코로나19로 인해 검사를 연기하던 중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은 A씨의 상태가 초기 치매 증상 정도여서 적성 검사를 했더라도 면허가 갱신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근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산업동향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11만4천795건으로 전체 교통사고의 10.5%를 차지했다.

이는 2016년 8.1%와 비교해 2.4%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