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조립식’으로 불리는 프래캐스트 콘크리트(PC) 공법으로 지어진 경기 용인시 풍덕천동 일대 아파트들이 나란히 1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며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용인시가 PC 공법 아파트를 노후·불량 건축물로 규정하고 있어 해당 아파트들의 재건축 추진이 한층 용이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용인시에 따르면 풍덕천동에 자리한 ‘수지삼성4차아파트’가 최근 1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했다. D등급 조건부 통과를 받아 적격성 검토를 준비하고 있다. 단지는 1994년 준공돼 올해로 29년차가 된 노후 아파트다. 현재 지하 1층~지상 15층, 9개 동, 총 1137가구(전용면적 59㎡) 규모다.

단지와 도보 15분 거리에 있는 ‘수지한성아파트’도 연이어 1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역시 D등급을 받아 적격 심사를 앞두고 있다. 1995년 준공된 이 단지는 총 774가구 규모로 조성돼 있다.

이들 단지는 모두 PC 공법으로 지어졌다. PC 공법은 슬래브(바닥), 기둥, 벽체 등 콘크리트 구조물을 공장에서 제작해 건설 현장에서 조립·설치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1980~1990년대에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이유로 유행했지만 철근 콘크리트 아파트에 비해 안전성과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은 이후 사라지는 추세다.

하지만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는 PC 공법이 오히려 호재가 되고 있다. 안전진단 통과 가능성이 비교적 높기 때문이다. 용인시의 경우 자치 법규인 ‘용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제3조 2항을 통해 철근 콘크리트 이외 건물을 노후·불량 건축물로 분류하고 있다. 재건축 연한도 30년이 아닌 20년이 적용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용인시는 PC 공법 아파트에 대한 자체 조례가 있고 이에 따라 적용되는 안전진단 항목 등이 달라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른 지자체에 있는 PC 공법 아파트에 비해 재건축 추진이 수월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조례 덕분에 용인시 내 다른 노후 단지들도 재건축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가장 속도가 빠른 기흥구 구갈동 ‘한성1·2차아파트’(1992~1993년 준공·954가구)는 1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해 현재 적격성 검토를 받고 있다. 수지구 풍덕천동 ‘수지삼성2차아파트’(1995년 준공·420가구)는 1차 정밀안전진단을 진행하고 있다. 이 두 단지 역시 PC 공법으로 지어졌다.

재건축 기대가 커지면서 단지 시세도 오름세다. ‘수지삼성4차아파트’의 경우 지난달 전용 59㎡가 7억5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2월 5억9000만원에 거래된 데 비해 1년 사이 1억1500만원 오른 셈이다. ‘수지한성아파트’ 전용 59㎡는 지난달 8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