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13구' 오디아르 감독 "순서 뒤바뀐 요즘 사랑에 대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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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칸영화제 초청작…"박물관의 도시 말고 다른 모습 보여주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었던 영화 '파리, 13구'는 낭만의 도시 파리를 배경으로 한 청춘 영화다.
스리랑카 타밀 반군 출신 이민자의 삶을 다룬 '디판'(2015)으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프랑스 감독 자크 오디아르가 요즘 젊은이들의 사랑과 방황을 흑백 화면에 담아냈다.
'디판' 이전까지 그의 대표작으로 꼽혔던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예언자'는 아랍계 청년이 마피아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린 범죄물이었다.
두 작품에서 오디아르 감독은 죽음과 전쟁 등 인간 세상의 가장 어두운 면과 폭력성을 그대로 묘사함으로써 인간성을 성찰했다.
'파리, 13구'의 전작인 '시스터스 브라더스'(2018) 역시 청부살인을 하는 형제가 주인공인 폭력적인 서부극이었다.
오디아르 감독은 최근 '파리, 13구'의 국내 개봉을 앞두고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이전에 했던 것과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스터스 브라더스'가 굉장히 폭력적이고, 남자 위주고, 말(馬)이 많이 등장하는 큰 규모의 서부극이라면, '파리, 13구'는 여자들의 사랑 이야기고, 아주 작은 지역에서 일어나고, 특히 말이 등장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파리 13구는 파리의 20개 행정구 중 하나로, 유럽에서 가장 큰 아시아 타운이 있는 곳이다.
"파리는 내가 오래 살아온 애증의 도시입니다.
13구에서도 10년 넘게 살았죠. 13구는 파리 같지 않은 감정이 드는 지역이에요.
큰 빌딩들이 있어서 흑백으로 찍으면 파리가 아닌 아시아의 어느 큰 도시에 있는 것 같아요.
이미 파리에서 많은 영화를 찍었는데 로맨틱한 박물관의 도시가 아닌, 색다른 파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 영화는 파리 13구에 사는 네 남녀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사랑을 그린다.
노라(노에미 메를랑 분)는 그만뒀던 법대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 서른 살이 넘어 파리로 왔다.
교우 관계와 학교생활 적응을 위해 금발 가발을 쓰고 봄방학 파티에 참석했다가 온라인 스타인 앰버 스위트(제니 베스)로 오해받으며 학교생활이 꼬여버린다.
중국계인 에밀리(루시 장)는 명문 학교에 입학한 수재지만 콜센터에서 일하며 방황하고 있다.
에밀리는 룸메이트 광고를 보고 찾아온 카미유(마키타 삼바)와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하지만, 자유로운 연애를 추구하는 카미유는 연인 관계를 거부한다.
노라는 학교생활을 포기하고 고향 보르도에서 일했던 경력을 살려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일을 시작하고, 그곳에서 카미유를 만난다.
카미유의 호감을 눈치채고 선을 긋지만, 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없던 노라는 돈을 지불해야 하는 앰버와의 일대일 온라인 대화를 시도한다.
오디아르 감독은 "요즘 세대가 관계를 쌓고 사랑을 나누는 방식은 내가 속했던 과거의 방식과는 굉장히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여전히 그것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과거에 우리는 우선 약속을 잡고 대화를 나누며 유혹을 하고 그 유혹이 성공했을 때 육체적인 관계로 가는 과정을 거쳤죠.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대화로 유혹하는 과정이 빠져 있는 것 같아요.
육체적인 관계를 먼저 가진 후에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과거와 어떻게 다른 형태로 이야기들이 오갈 수 있을지 계속 질문했습니다.
" 시나리오는 일본계 미국인 그래픽 노블 작가 에이드리언 토미네의 단편 세 편을 각색했다.
오디아르 감독은 "만화는 잘 알지 못했는데 친구의 추천으로 원작들을 보게 됐다"며 "내가 상상할 수 없었던 캐릭터들을 그래픽 노블을 통해 발견하고 흥미로웠고 끌렸다"고 말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국내에서도 이례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셀린 시아마 감독과 레아 미지위가 함께 각본 작업에 참여했다.
레아 미지위 역시 시아마 감독과 마찬가지로 여성 각본가이자 감독이다.
오디아르 감독은 "여성 작가들과 공동 작업을 한 것은 처음"이라며 "두 사람의 섬세한 감수성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영화는 다음 달 12일 개봉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스리랑카 타밀 반군 출신 이민자의 삶을 다룬 '디판'(2015)으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프랑스 감독 자크 오디아르가 요즘 젊은이들의 사랑과 방황을 흑백 화면에 담아냈다.
'디판' 이전까지 그의 대표작으로 꼽혔던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예언자'는 아랍계 청년이 마피아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린 범죄물이었다.
두 작품에서 오디아르 감독은 죽음과 전쟁 등 인간 세상의 가장 어두운 면과 폭력성을 그대로 묘사함으로써 인간성을 성찰했다.
'파리, 13구'의 전작인 '시스터스 브라더스'(2018) 역시 청부살인을 하는 형제가 주인공인 폭력적인 서부극이었다.
오디아르 감독은 최근 '파리, 13구'의 국내 개봉을 앞두고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이전에 했던 것과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스터스 브라더스'가 굉장히 폭력적이고, 남자 위주고, 말(馬)이 많이 등장하는 큰 규모의 서부극이라면, '파리, 13구'는 여자들의 사랑 이야기고, 아주 작은 지역에서 일어나고, 특히 말이 등장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파리 13구는 파리의 20개 행정구 중 하나로, 유럽에서 가장 큰 아시아 타운이 있는 곳이다.
"파리는 내가 오래 살아온 애증의 도시입니다.
13구에서도 10년 넘게 살았죠. 13구는 파리 같지 않은 감정이 드는 지역이에요.
큰 빌딩들이 있어서 흑백으로 찍으면 파리가 아닌 아시아의 어느 큰 도시에 있는 것 같아요.
이미 파리에서 많은 영화를 찍었는데 로맨틱한 박물관의 도시가 아닌, 색다른 파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 영화는 파리 13구에 사는 네 남녀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사랑을 그린다.
노라(노에미 메를랑 분)는 그만뒀던 법대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 서른 살이 넘어 파리로 왔다.
교우 관계와 학교생활 적응을 위해 금발 가발을 쓰고 봄방학 파티에 참석했다가 온라인 스타인 앰버 스위트(제니 베스)로 오해받으며 학교생활이 꼬여버린다.
중국계인 에밀리(루시 장)는 명문 학교에 입학한 수재지만 콜센터에서 일하며 방황하고 있다.
에밀리는 룸메이트 광고를 보고 찾아온 카미유(마키타 삼바)와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하지만, 자유로운 연애를 추구하는 카미유는 연인 관계를 거부한다.
노라는 학교생활을 포기하고 고향 보르도에서 일했던 경력을 살려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일을 시작하고, 그곳에서 카미유를 만난다.
카미유의 호감을 눈치채고 선을 긋지만, 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없던 노라는 돈을 지불해야 하는 앰버와의 일대일 온라인 대화를 시도한다.
오디아르 감독은 "요즘 세대가 관계를 쌓고 사랑을 나누는 방식은 내가 속했던 과거의 방식과는 굉장히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여전히 그것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과거에 우리는 우선 약속을 잡고 대화를 나누며 유혹을 하고 그 유혹이 성공했을 때 육체적인 관계로 가는 과정을 거쳤죠.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대화로 유혹하는 과정이 빠져 있는 것 같아요.
육체적인 관계를 먼저 가진 후에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과거와 어떻게 다른 형태로 이야기들이 오갈 수 있을지 계속 질문했습니다.
" 시나리오는 일본계 미국인 그래픽 노블 작가 에이드리언 토미네의 단편 세 편을 각색했다.
오디아르 감독은 "만화는 잘 알지 못했는데 친구의 추천으로 원작들을 보게 됐다"며 "내가 상상할 수 없었던 캐릭터들을 그래픽 노블을 통해 발견하고 흥미로웠고 끌렸다"고 말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국내에서도 이례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셀린 시아마 감독과 레아 미지위가 함께 각본 작업에 참여했다.
레아 미지위 역시 시아마 감독과 마찬가지로 여성 각본가이자 감독이다.
오디아르 감독은 "여성 작가들과 공동 작업을 한 것은 처음"이라며 "두 사람의 섬세한 감수성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영화는 다음 달 12일 개봉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