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 참여·취업 기회도 보장
기술 고도화·글로벌 경쟁에
'입도선매형' 계약학과 대세로
삼성전자·SK 등도 확대 운영
기술인재 ‘길러’ 모신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연세대에서 인공지능융합대학과 인공지능학과 석사과정을 운영한다. 머신러닝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로보틱스, 시스템소프트웨어 등 소프트웨어 연구개발(R&D) 영역 전반을 다룬다. 입학생 전원에게 석사 2년 동안 산학장학금 3600만원을 지급한다. LG전자 실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고 취업도 보장한다. 회사 관계자는 “다양한 미래 신사업에 필요한 공통분모가 AI 기술”이라며 “AI 핵심 인력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연세대와 손잡았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올해 상반기에도 서강대와 협약을 맺고 채용계약학과 형태로 인공지능학과를 신설했다.그동안 LG전자는 채용계약학과 운용으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스마트홈과 소프트웨어 분야에선 KAIST, 고려대, 한양대 등과 채용계약학과 석사 과정을 운영했다. 회사 관계자는 “AI 이외의 다른 분야도 인재가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라며 “기존 계약학과들도 올해를 기점으로 정원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투자학과 더 늘어난다
채용계약학과 설립은 LG전자만의 이슈가 아니다. LG그룹은 올해에만 주요 계열사에서 채용연계학과를 통해 100명이 넘는 대학원생(대학생 포함)을 기술 전문가로 육성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고려대, 연세대와 배터리 관련 학과 운영에 나섰다. LG디스플레이는 내년에 연세대와 정원 30명 규모의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를 개설할 계획이다. 이 학과는 디스플레이 산업 관련 특화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디스플레이는 석·박사급 전문가 육성을 위한 디스플레이 채용계약학과를 추가로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다른 기업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는 KAIST 포스텍과, SK하이닉스는 서강대 한양대와 각각 반도체 관련 채용계약학과를 신설했다. 삼성전자는 내년에 새로운 파트너 대학을 물색해 반도체 계약학과를 추가할 예정이다.
채용계약학과는 대학생들에게 인턴십이나 실습 기회를 제공한 ‘산학얼라이언스’가 진화한 형태다. 기술 발전의 속도가 학부 때부터 실무 교육을 받은 인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렸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입도선매형 커리큘럼이 대세가 됐다는 분석이다.
채용계약학과만으론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술 인력 확보는 개별 기업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아젠다”라며 “중장기 로드맵 마련을 위해 정부와 기업, 학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