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강을준 감독에게 패스한 SK 최준용…"제 시야가 넓어서"
프로농구 서울 SK와 고양 오리온의 4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는 팬들을 웃음 짓게 만드는 장면이 연출됐다.

SK의 최준용은 2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오리온과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4강 PO(5전 3승제) 2차전 홈 경기에서 1쿼터 종료 약 50초를 남기고 상대 팀 강을준 감독에게 패스를 건넸다.

홈 경기를 치른 SK 선수들은 이날 붉은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는데, 같은 색의 티셔츠를 입고 벤치에 서 있던 강 감독을 동료로 오해한 것이다.

어이없는 턴오버에 최준용은 허탈하다는 듯 웃음을 지었고, 강을준 감독 역시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KBL은 이번 시즌부터 공식 경기 중 각 팀 감독·코치의 복장 규정을 '정장(와이셔츠 또는 터틀넥 스웨터) 또는 한복 착용 가능'에서 '정장 또는 통일된 의류(카라 티셔츠 등) 착용 가능'으로 개정했다.

이에 따라 강을준 감독은 오리온의 색인 붉은색 티셔츠를 입은 것인데, '위장'을 한 셈이 됐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 나선 최준용은 "내가 시야가 넓어서 옷 색깔만 보고 패스를 했는데, 강을준 감독님한테 속았다"며 "감독님이 '우리 그림 하나 만들었다'고 하시더라"라고 전했다.

옆에 있던 자밀 워니는 "오늘 경기 중 최고의 어시스트였다.

내가 강을준 감독님이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공을 잡아 슛을 던졌을 것"이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승부처에서 이 같은 패스 실수가 나왔다면 경기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다행히 1쿼터, SK가 25-18로 앞선 상황이라 재미있는 해프닝으로 끝이 났다.

전희철 SK 감독은 "나도 순간적으로 강을준 감독님이 우리 선수인 줄 알았다"며 "승부처가 아니었기 때문에 재미있는 볼거리가 나왔다.

(티셔츠 색은) 규정상 정해져 있지 않고, 팀의 색깔에 맞춰 입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K는 이날 오리온을 91-83으로 잡고 4강 PO 2연승을 달렸다.

남은 경기에서 1승을 추가하면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한다.

3차전은 24일 오리온의 홈구장인 고양체육관에서 열린다.

오리온 역시 홈에서는 붉은 유니폼을 입고, 전희철 감독은 SK의 색인 붉은 티셔츠를 입을 수 있다.

'복수'를 하겠느냐는 질문에 전 감독은 "다른 쪽으로 피해 있겠다"며 웃고는 "오늘은 재미있는 장면이 나와 보시는 팬들이 즐거우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