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맛에 길들여져 보트 소리 듣고 몰려들어…당뇨병 여부는 불분명
관광객이 던져준 포도에 멸종위기 이구아나 혈당치 수직 상승
생태 관광객들이 멸종위기에 몰린 이구아나를 가까이서 보려고 던져준 포도알이 이구아나를 단맛에 길들여 혈당치를 끌어올리는 뜻밖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카나리아제도를 방문한 관광객이 준 먹이로 푸른바다거북의 혈액 내 지방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왔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도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인간이 호기심에서 준 먹이가 다른 종의 영양 균형을 깰 수 있다는 위험을 상기시켜주는 것으로 지적됐다.

미국 유타주립대학 생물학 교수 수산나 프렌치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바하마령 엑서마 제도에 서식하는 심각한 멸종위기 종인 '북부 바하마 바위 이구아나'(Northern Bahamian rock iguanas)의 혈당을 분석한 결과를 '실험생물학 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에 발표했다.

영국의 비영리 생물학 출판 조직인 '생물학자 동아리'(The Company of Biologists)와 외신 등에 따르면 '엑서마섬의 바위 이구아나들은 이미 관광객을 태운 보트의 엔진소리를 듣고 몰려드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

연구팀은 바위 이구아나가 쿠바 시가처럼 나뭇잎이 말린 형태의 배설물 대신 묽은 변을 보고 있는데서 단서를 얻어 연구에 착수했다.

우선 실험실에서 멸종위기 종이 아닌 '그린 이구아나'를 대상으로 고당류 먹이가 혈당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린 이구아나에게 일반 먹이에 더해 각각 ㎏당 5g과 2.5g의 포도당 음료를 17일간 제공한 뒤 이를 3.75g으로 통일하고 이틀에 걸쳐 혈당을 측정했다.

㎏당 2.5g의 저포도당 음료는 관광객이 주는 포도를 받아먹는 것과 같은 수준의 포도당으로 제시됐다.

그린 이구아나의 혈당치는 당을 섭취하고 3시간만에 최고치에 달했는데, 고포도당 음료 그룹은 100㎖당 520㎎에 달했지만 포도당 음료 없이 일반 먹이만 섭취한 그룹은 420㎎에 그쳤다.

이는 고당류 먹이가 혈당치를 조절하는 능력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관광객이 던져준 포도에 멸종위기 이구아나 혈당치 수직 상승
연구팀은 이후 엑서마 4개 섬을 방문해 관광객이 자주 찾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에서 각각 24마리씩 모두 48마리의 바위 이구아나를 붙잡아 포도당 음료를 먹이고 혈당치를 측정했다.

그 결과, 생태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의 바위 이구아나는 혈당치가 5시간 뒤 570㎎으로 최고치에 달했으며 8시간까지 높게 유지됐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관광객이 찾지 않는 곳의 바위 이구아나는 이보다 훨씬 낮은 450㎎까지 서서히 올랐다가 정상치로 빠르게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를 토대로 엑서마 제도를 찾는 관광객이 야생 이구아나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 이구아나의 신체에 분명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이구아나의 건강을 실제로 해치는지는 답을 얻지 못했다.

프렌치 교수는 "인간이나 쥐라면 이 정도는 당뇨병이라고 하겠지만 이구아나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며, 계속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존 G. 셰드 아쿠아리움의 바위 이구아나 전문가 찰스 냅은 "관광업자 입장에서는 먹이를 주는 것이 관광객과 이구아나를 가까이 있게 하는 훌륭한 방법일 것"이라면서 "생태 관광을 통해 야생동물과의 특별한 관계를 개발할 기회를 갖게돼 생태계 보호에 대한 열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동물과 이들에게 의존하는 인간의 삶이 안전한 미래를 향해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