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학자가 쓴 신간 '히틀러를 선택한 나라'
아돌프 히틀러(1889∼1945)는 지난 세기 세계를 파국으로 몰아넣은 논쟁적 인물이다.

오스트리아에서 세관 공무원 아들로 태어난 히틀러는 미술을 배우고자 했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고, 전쟁이 끝난 뒤 좌파에서 우파로 정치 성향을 바꿨다.

미국 역사학자 벤저민 카터 헷은 신간 '히틀러를 선택한 나라'(눌와)에서 히틀러의 젊은 시절을 간단히 소개하면서 "우리가 정말 알고 싶은 내용 대부분은 의심, 수수께끼, 논쟁에 둘러싸여 있다"고 말한다.

또 "히틀러는 줄곧 거짓말을 했지만,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분명하게 이야기하기도 했다"며 "이것이 히틀러의 본질적 역설"이라고 강조한다.

불안정한 성격, 부족한 지식에도 불구하고 히틀러는 권력을 잡았다.

자기 홍보에 능했고, 대중에게 본인을 천부적 지도자로 인식시켰다.

저자는 제1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독일의 특수한 상황 덕분에 히틀러가 집권했다고 분석한다.

히틀러가 당시 독일인들이 비합리성을 걱정하면서도, 비합리성에 빠져들고 싶어했다는 점을 적절히 이용했다고 주장한다.

독일에서는 종전 무렵 혁명이 일어났다.

황제는 물러났고, 대통령에게 강력한 권한을 주는 바이마르공화국이 들어섰다.

민주화에 성공했지만, 전쟁이 남긴 후유증은 심각했다.

저자는 군대 사령부 고위급 인사들이 민주주의자들의 내분으로 전쟁에 패했다는 잘못된 정보를 유포했고, 배상금과 난민 문제 등으로 경제 위기가 찾아오자 시민들 사이에서 정치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고 짚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치는 자급자족 경제론, 이민자와 난민 추방 등을 내세우며 세력을 키웠다.

특히 농산물 가격 폭락으로 궁지에 몰린 농민들은 농산물 수입 협상에 나선 사회민주당의 적대자인 나치를 열성적으로 지지했다.

1925년 군인 출신이자 우파 성향 정치인 파울 폰 힌덴부르크가 대통령이 된 뒤에도 정치 상황은 불안정했다.

저자는 이합집산을 거듭한 우파 정치인들이 히틀러를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고 오판해 총리에 임명했으나, 히틀러는 거침없이 권력을 틀어쥐었다고 설명한다.

결론적으로 바이마르 공화국 종말과 히틀러 등장 배경은 배타적인 음모론과 비합리성이 확산하는 가운데 엘리트들이 주판알을 튕기며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한 결과라는 것이 저자 생각이다.

그는 "바이마르 공화국 체제를 뒤집으려고 했던 집단 중 히틀러 같은 인물이 통치하는, 야만적이고 무법적인 독재 정부를 원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며 "그저 각자의 문제를 가장 쉽고 빠르게 해결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분석한다.

저자는 책 앞머리에 "자유, 인권, 민주주의, 평화와 관용을 쟁취하기 위해 싸우는 모든 사람에게"라고 적었다.

이러한 사람들이 많아져야 나치 집권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바람이 담긴 문구로 보인다.

이선주 옮김. 428쪽. 1만9천800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