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주민 구호에 매주 트럭 2천대 분량 음식 필요"

에티오피아 반군 지역인 티그라이에서 최근 10개월 동안 5세 이하 아동 최소 1천900명이 영양실조로 사망했다고 AP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통신은 작년 6월부터 지난 4월 1일까지 티그라이 지역 의료 시설 통계 보고서를 근거로 이렇게 전했다.

이 통계는 인근 암하라 지역 민병대가 통제하는 티그라이 서부 지역을 제외한 것이라고 AP는 덧붙였다.

보고서 작성에 관여한 의사는 이 지역 대부분의 가정이 멀리 떨어진 의료 시설에 자녀들을 데리고 갈 형편이 안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양실조로 실제 사망한 아동은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복이 두렵다며 익명을 요구한 이 의사는 "접근이 제한돼 티그라이 지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면서 "사망 아동 숫자도 우리가 가까스로 얻어낸 자료만을 근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에티오피아 정부군이 철수하고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이 장악한 이래 티그라이 지역은 에티오피아 정부로부터 사실상 방치돼 왔다.

은행과 전화, 도로 연결망이 끊겨 '봉쇄'나 다름없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유엔은 보고 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티그라이 지역 주민들을 고립시키려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티그라이 반군의 항복을 요구하고 있다.

"에티오피아 반군 지역서 5세이하 아동 1천900명 영양실조 사망"
유엔에 따르면 티그라이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550만명 가운데 90% 이상이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며, 아동 11만5천 명이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부모가 작물을 키울 땅을 확보하지 못한 도심 지역 아동들의 영양실조가 특히 심각하다고 이 지역 보건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이 지역 주민 약 70만명이 외부 원조를 받지 못해 기근에 가까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공무원들도 몇 달째 봉급을 받지 못하고 있고, 다수는 은행 시스템이 마비돼 음식 등 생필품 구입에 필요한 돈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에티오피아 연방정부는 지난달 24일 일방적으로 '인도적 휴전'을 선언하고 티그라이 지역에 대한 외부의 접근을 허용했으나, 이후 한 달 가까운 기간에 네 차례에 걸쳐 트럭 약 80대가 이곳으로 음식을 실어 날랐을 뿐이다.

최근 티그라이 지역을 방문한 구호단체 관계자는 "고작 트럭 몇 대를 봤을 뿐"이라며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이 정도로 구호가 필요한 수백만 명을 먹여 살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유엔 관계자는 20일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열린 회의에서, 티그라이 주민들을 구호하기 위해서는 매주 트럭 2천 대 분량의 음식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