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독자들 만난 은희경 "제 소설이 냉소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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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약점과 이기심 그리는 건 제 방식의 휴머니즘"
한국문학 선집 현지 출간…고교생 독자들, 현대사-문학 관계에 관심 "제 소설을 냉소적이라고 보는 한국 사회가 너무 뜨거운 것 아닌가 생각해요.
다른 나라에서, 특히 여러분들이 제 소설을 읽고 차가운지 뜨거운지 판단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소설가 은희경이 20일(현지시간) 오전 콜롬비아 보고타 시내에 있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공립도서관 강당에서 현지 젊은 독자들을 만나 자신의 문학세계를 소개했다.
은희경은 콜롬비아에도 번역·출간된 '새의 선물'에서 자기 작품의 냉소적 이미지가 출발했다고 말했다.
열두살 소녀의 말을 빌려 '세상에 환멸을 느꼈기 때문에 더 이상 성장할 필요가 없다'고 쓰고 나서부터다.
작가는 자신의 문학적 지향과 여기에 영향을 미친 한국 현대사에서 '냉소의 정체'를 찾았다.
"한국 현대문학은 계몽주의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가르치는 문학이 너무 싫어서 관찰하는 작가가 되자고 결심했습니다.
거짓된 화해, 속마음과 다른 허위의식 같은 게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숨기려고 하는 것을 조금 더 들여다보는 작가가 되고 싶었어요.
"
작가는 반대 의견을 내면 '공산당'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유년시절 독재정권의 기억 탓에 '질문하는 작가'가 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의 약점과 이기심을 그리는 건 제 방식의 휴머니즘"이라며 "비판하기 위해서 그런 걸 쓰는 게 아니라 자신의 취약한 조건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연대와 아름다움을 찾고자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은희경은 "성장기에 억압받았던 어떤 정서에 대해 저를 다시 되살려주고 싶었다"며 "억압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을 그리고 싶었다.
그래서 싸우는 인물들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날 독자와 만남은 스페인어판 한국문학 선집 '마침내 끝이 시작되었다'(Por fin ha comenzado el fin) 출간을 기념해 열렸다.
보고타시 문화예술국이 펴내는 '바람의 책'(libro al viento) 시리즈 164번째 책이기도 하다.
아시아권 문학 선집이 이 시리즈로 출간되기는 처음이다.
보고타시는 이 책을 3만5천부 찍어 배포할 계획이다.
책에는 은희경·한강·정영수·김경욱의 단편소설과 이문재의 시가 실렸다.
한국에서 생활하며 글을 쓰는 콜롬비아 작가 안드레스 펠리페 솔라노가 서문을 썼다.
책의 제목은 이문재의 시에서 따온 것이다.
고등학생을 중심으로 한 독자들은 한국 현대사와 문학의 관계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파울라 알레한드라 살라사르 카스티요(18)는 "독재정권 시절에 성장한 경험이 작업에 어떤 영향을 줬느냐"고 물었다.
라울 아리아스 모레노(50)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한반도가 분단된 사실을 알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시가 증오와 혐오의 벽을 허무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느냐"고 질문했다.
은희경과 1959년생 동갑내기인 시인 이문재는 "(시의 역할이) 없다고 본다"면서도 "바로 그렇기 때문에 시의 사회적·역사적 역할이 있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그는 "호모 사피엔스 안에는 누구를 막론하고 시의 마음이라는 DNA가 있다고 생각한다.
공감하는 능력이 시의 마음의 요체"라며 "코로나 팬데믹을 비롯한 지구적 난제를 해결하는 근본적 방법은 우리 안에 있는 시의 마음을 서로 찾아내고 그것을 나누는 것"이라고 했다.
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장은 이번 선집 출간에 대해 "지역사회 시민을 대상으로 책을 배포해 문학에 대한 관심과 접근성을 높이는 공공재로서 책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특별하다"며 "이것은 문학을 공공재로 정의하는 것이며 한국문학이 콜롬비아 문화의 공공재가 되는 첫 걸음을 내디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한국문학 선집 현지 출간…고교생 독자들, 현대사-문학 관계에 관심 "제 소설을 냉소적이라고 보는 한국 사회가 너무 뜨거운 것 아닌가 생각해요.
다른 나라에서, 특히 여러분들이 제 소설을 읽고 차가운지 뜨거운지 판단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소설가 은희경이 20일(현지시간) 오전 콜롬비아 보고타 시내에 있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공립도서관 강당에서 현지 젊은 독자들을 만나 자신의 문학세계를 소개했다.
은희경은 콜롬비아에도 번역·출간된 '새의 선물'에서 자기 작품의 냉소적 이미지가 출발했다고 말했다.
열두살 소녀의 말을 빌려 '세상에 환멸을 느꼈기 때문에 더 이상 성장할 필요가 없다'고 쓰고 나서부터다.
작가는 자신의 문학적 지향과 여기에 영향을 미친 한국 현대사에서 '냉소의 정체'를 찾았다.
"한국 현대문학은 계몽주의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가르치는 문학이 너무 싫어서 관찰하는 작가가 되자고 결심했습니다.
거짓된 화해, 속마음과 다른 허위의식 같은 게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숨기려고 하는 것을 조금 더 들여다보는 작가가 되고 싶었어요.
"
작가는 반대 의견을 내면 '공산당'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유년시절 독재정권의 기억 탓에 '질문하는 작가'가 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의 약점과 이기심을 그리는 건 제 방식의 휴머니즘"이라며 "비판하기 위해서 그런 걸 쓰는 게 아니라 자신의 취약한 조건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연대와 아름다움을 찾고자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은희경은 "성장기에 억압받았던 어떤 정서에 대해 저를 다시 되살려주고 싶었다"며 "억압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을 그리고 싶었다.
그래서 싸우는 인물들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날 독자와 만남은 스페인어판 한국문학 선집 '마침내 끝이 시작되었다'(Por fin ha comenzado el fin) 출간을 기념해 열렸다.
보고타시 문화예술국이 펴내는 '바람의 책'(libro al viento) 시리즈 164번째 책이기도 하다.
아시아권 문학 선집이 이 시리즈로 출간되기는 처음이다.
보고타시는 이 책을 3만5천부 찍어 배포할 계획이다.
책에는 은희경·한강·정영수·김경욱의 단편소설과 이문재의 시가 실렸다.
한국에서 생활하며 글을 쓰는 콜롬비아 작가 안드레스 펠리페 솔라노가 서문을 썼다.
책의 제목은 이문재의 시에서 따온 것이다.
고등학생을 중심으로 한 독자들은 한국 현대사와 문학의 관계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파울라 알레한드라 살라사르 카스티요(18)는 "독재정권 시절에 성장한 경험이 작업에 어떤 영향을 줬느냐"고 물었다.
라울 아리아스 모레노(50)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한반도가 분단된 사실을 알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시가 증오와 혐오의 벽을 허무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느냐"고 질문했다.
은희경과 1959년생 동갑내기인 시인 이문재는 "(시의 역할이) 없다고 본다"면서도 "바로 그렇기 때문에 시의 사회적·역사적 역할이 있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그는 "호모 사피엔스 안에는 누구를 막론하고 시의 마음이라는 DNA가 있다고 생각한다.
공감하는 능력이 시의 마음의 요체"라며 "코로나 팬데믹을 비롯한 지구적 난제를 해결하는 근본적 방법은 우리 안에 있는 시의 마음을 서로 찾아내고 그것을 나누는 것"이라고 했다.
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장은 이번 선집 출간에 대해 "지역사회 시민을 대상으로 책을 배포해 문학에 대한 관심과 접근성을 높이는 공공재로서 책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특별하다"며 "이것은 문학을 공공재로 정의하는 것이며 한국문학이 콜롬비아 문화의 공공재가 되는 첫 걸음을 내디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