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가 건설사 새 주인이 되면 생기는 일 [김은정의 클릭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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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로 움츠러들었던 두산건설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두산건설의 새로운 주인이 된 큐캐피탈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각종 수주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어서다. 국내에서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건설사를 사들인 사례가 처음인만큼 오너인 권경훈 두산건설 회장이 직접 경영 전면에 나서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권 회장은 최근 토목사업본부, 건축사업본부, 경영지원본부 등 각 사업본부별로 혁신 전략 회의를 갖고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들을 재점검했다. 그간 관행적으로 해오던 업무 방식을 전면 개편해 새는 돈을 막고 프로젝트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협력사 풀(pool)의 질적 향상이다. 저가 수주를 지양하고 채산성이 높은 프로젝트 위주로 사업을 선별하려면 우수한 협력사 풀이 필수적이라는 게 권 회장의 판단이다.
이를 위해 협력사별로 일정 수준 이상의 신용도를 요구하기로 했다. 설립연수가 3년 이상 되고 부채비율이 250% 미만인 식이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PEF 출신이라 그런지 집요함과 디테일(세부사항)이 남다르다"며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관점에서 영업 전략이나 사업 방침을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두산건설의 최대주주는 지난해 말 두산중공업에서 큐캐피탈로 바뀌었다. 두산건설의 경영권 인수 협상이 제자리걸음하던 무렵, 당초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할 예정이던 큐캐피탈이 총대를 매고 구원투수로 나섰다. 국내외 경기에 따른 실적 부침이 심하고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로 큐캐피탈의 건설업 투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권 회장은 향후 주택 시장 전망과 사업 구조 재편에 따른 잠재력을 봤을 때 승산 있는 게임이라고 봤다.
권 회장은 큐캐피탈홀딩스가 지주사로 있는 큐로그룹의 회장 출신이다. 큐로그룹은 국내 40여개 계열사를 갖고 있으며, 치킨 프랜차이즈 노랑통닭과 BBQ 등에 투자한 전력이 있다. 외부 경영 전문가를 영입하지 않고 오너가 직접 투자한 기업의 대표로 나서는 건 흔치 않는 일이다. 시장 안팎에선 그만큼 두산건설에 대한 권 회장의 애정과 욕심이 두텁다고 보고 있다.
권 회장은 두산건설에 '공격 DNA'를 주문하고 있다. 2010년 대규모 미분양 사태 이후 유동성 위기에 휘청거렸던 두산건설은 그룹의 잇단 수혈을 받으면서 대내외 활동이 위축됐다. '부실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건설사 간 경쟁이 치열한 알짜 사업장 입찰엔 모습도 드러내지 못했다. 모처럼 따낸 수주나 사회공헌 활동도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했다. 또 다른 두산건설 관계자는 "뭘 해도 '안 살림이나 잘 챙기지'라는 눈총을 받기 일쑤였다"고 귀뜸했다.
권 회장이 키를 잡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임직원들에게 과감하고 적극적인 영업을 주문한 영향이다. 이를 위해 오랜 기간 끊긴 신규·경력 직원 채용도 재개했다. 취약해진 영업 경쟁력을 되살리려면 인력 보강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투입해 마케팅 활동 반경을 넓히고 영업능력을 키워 규모·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전략이었다. 큐캐피탈이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실시한 2500억원의 유상증자가 실탄으로 쓰였다.
이런 변화 시도는 조금씩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두산건설은 내로라하는 건설사들과 경쟁해 이날 광동제약의 과천 신사옥 신축 공사를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이달 초엔 경기 안양시 호계동에 있는 안양삼신6차 재개발 사업도 수주했다. 지난달엔 인천 제물포시장 재개발 정비 사업과 인천 송림동 서림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 사업도 따냈다. 건설사 관계자는 "최대주주 변경 이후 공격적으로 각종 입찰에 뛰어들면서 이달 들어서만 약 2500억원어치 신규 수주를 차지했다"며 "브랜드 이미지 쇄신을 위해 대내외 활동에도 힘을 쏟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할인분양과 채권매각 과정에서 쌓인 손실도 빠르게 털고 있다. 높아진 수익성을 바탕으로 과중한 금융비용을 줄이면서 흔들린 재무구조도 다잡고 있다. 지난해 두산건설의 매출은 1조3986억원이다. 전년(1조8286억원)에 비해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2020년 299억원에서 지난해 833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뛰었다. 지난해 7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계속된 순손실에서도 벗어났다. 우량한 수주 물량이 늘고 판매관리비를 줄인 영향이다. 이 덕분에 지난해 매출 대비 영업이익은 6.36%로 10년 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019년엔 4.32%, 2020년엔 1.7%였다.
두산건설을 짓누르던 차입부담도 줄고 있다. 두산건설의 지난해 말 기준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성자산)은 1243억원이다. 2015년 말만 해도 두산건설의 순차입금은 1조2900억원에 달했다. 2020년 말 411.11%였던 부채비율도 지난해 말로는 227.77%로 낮아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처음으로 시도된 PEF의 건설사 인수 사례가 어떤 나비효과를 낳을 지에 관심"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권 회장은 최근 토목사업본부, 건축사업본부, 경영지원본부 등 각 사업본부별로 혁신 전략 회의를 갖고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들을 재점검했다. 그간 관행적으로 해오던 업무 방식을 전면 개편해 새는 돈을 막고 프로젝트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협력사 풀(pool)의 질적 향상이다. 저가 수주를 지양하고 채산성이 높은 프로젝트 위주로 사업을 선별하려면 우수한 협력사 풀이 필수적이라는 게 권 회장의 판단이다.
이를 위해 협력사별로 일정 수준 이상의 신용도를 요구하기로 했다. 설립연수가 3년 이상 되고 부채비율이 250% 미만인 식이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PEF 출신이라 그런지 집요함과 디테일(세부사항)이 남다르다"며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관점에서 영업 전략이나 사업 방침을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두산건설의 최대주주는 지난해 말 두산중공업에서 큐캐피탈로 바뀌었다. 두산건설의 경영권 인수 협상이 제자리걸음하던 무렵, 당초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할 예정이던 큐캐피탈이 총대를 매고 구원투수로 나섰다. 국내외 경기에 따른 실적 부침이 심하고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로 큐캐피탈의 건설업 투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권 회장은 향후 주택 시장 전망과 사업 구조 재편에 따른 잠재력을 봤을 때 승산 있는 게임이라고 봤다.
권 회장은 큐캐피탈홀딩스가 지주사로 있는 큐로그룹의 회장 출신이다. 큐로그룹은 국내 40여개 계열사를 갖고 있으며, 치킨 프랜차이즈 노랑통닭과 BBQ 등에 투자한 전력이 있다. 외부 경영 전문가를 영입하지 않고 오너가 직접 투자한 기업의 대표로 나서는 건 흔치 않는 일이다. 시장 안팎에선 그만큼 두산건설에 대한 권 회장의 애정과 욕심이 두텁다고 보고 있다.
권 회장은 두산건설에 '공격 DNA'를 주문하고 있다. 2010년 대규모 미분양 사태 이후 유동성 위기에 휘청거렸던 두산건설은 그룹의 잇단 수혈을 받으면서 대내외 활동이 위축됐다. '부실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건설사 간 경쟁이 치열한 알짜 사업장 입찰엔 모습도 드러내지 못했다. 모처럼 따낸 수주나 사회공헌 활동도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했다. 또 다른 두산건설 관계자는 "뭘 해도 '안 살림이나 잘 챙기지'라는 눈총을 받기 일쑤였다"고 귀뜸했다.
권 회장이 키를 잡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임직원들에게 과감하고 적극적인 영업을 주문한 영향이다. 이를 위해 오랜 기간 끊긴 신규·경력 직원 채용도 재개했다. 취약해진 영업 경쟁력을 되살리려면 인력 보강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투입해 마케팅 활동 반경을 넓히고 영업능력을 키워 규모·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전략이었다. 큐캐피탈이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실시한 2500억원의 유상증자가 실탄으로 쓰였다.
이런 변화 시도는 조금씩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두산건설은 내로라하는 건설사들과 경쟁해 이날 광동제약의 과천 신사옥 신축 공사를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이달 초엔 경기 안양시 호계동에 있는 안양삼신6차 재개발 사업도 수주했다. 지난달엔 인천 제물포시장 재개발 정비 사업과 인천 송림동 서림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 사업도 따냈다. 건설사 관계자는 "최대주주 변경 이후 공격적으로 각종 입찰에 뛰어들면서 이달 들어서만 약 2500억원어치 신규 수주를 차지했다"며 "브랜드 이미지 쇄신을 위해 대내외 활동에도 힘을 쏟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할인분양과 채권매각 과정에서 쌓인 손실도 빠르게 털고 있다. 높아진 수익성을 바탕으로 과중한 금융비용을 줄이면서 흔들린 재무구조도 다잡고 있다. 지난해 두산건설의 매출은 1조3986억원이다. 전년(1조8286억원)에 비해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2020년 299억원에서 지난해 833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뛰었다. 지난해 7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계속된 순손실에서도 벗어났다. 우량한 수주 물량이 늘고 판매관리비를 줄인 영향이다. 이 덕분에 지난해 매출 대비 영업이익은 6.36%로 10년 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019년엔 4.32%, 2020년엔 1.7%였다.
두산건설을 짓누르던 차입부담도 줄고 있다. 두산건설의 지난해 말 기준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성자산)은 1243억원이다. 2015년 말만 해도 두산건설의 순차입금은 1조2900억원에 달했다. 2020년 말 411.11%였던 부채비율도 지난해 말로는 227.77%로 낮아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처음으로 시도된 PEF의 건설사 인수 사례가 어떤 나비효과를 낳을 지에 관심"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